“전도사도 근로자”…임금·퇴직금 미지급 목사 ‘벌금형’ 확정

주 6일 매주 40시간 넘게 근무…미지급 임금·퇴직금 요구
1심서 무죄…“종교 활동으로 근로 제공하는 봉사활동”
2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벌금 700만원
대법, 파기환송…근로자성 인정되나 3년 소멸시효 완성
파기환송심서 벌금 500만원…재상고심서 벌금형 확정
  • 등록 2023-09-22 오전 6:00:00

    수정 2023-09-22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교회 전도사 임금과 퇴직금을 미지급한 목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원 춘천의 한 교회 담임목사 A씨의 재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사건 교회는 C교회의 독립 지교회로서 2009년 10월경 설립됐고, A씨가 임명한 전도사들(B씨 퇴직 시기 기준, B씨 포함 전도사 5명 재직)이 교회에 재직했다.

신학교와 목회대학을 졸업하고 성직자로서 정규 교육을 받은 B씨는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A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춘천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서 사역활동을 했다. B씨는 교회에 사역을 지원하면서 연봉제로 시무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작성해 C교회 당회장과 담임목사 A씨에게 제출했다.

B씨의 근로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의 경우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휴일은 매주 월요일 하루로 주 6일 근무했다. 매일 휴게시간 1시간 30분을 제외하더라도 총 근로시간이 매주 40시간 50분으로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1주간의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한다.

근무시간 외에도 B씨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4시부터 3시간, 토요일은 오전 5시부터 2시간, 월요일 오전 4시부터 3시간 동안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거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을 위해 차량을 운전했다.

B씨가 받은 급여는 채용된 이후 교회로부터 사례금 명목으로 월 100만원을 지급받았고, 이는 2013년 6월경 월 110만원, 2016년 10월경 월 130만원, 2018년 1월경 월 140만원으로 점차 증액됐다. 고정급에 대하여 이 사건 교회에서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했다.

B씨는 교회에서 재직하는 동안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이 사건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돼 있었다. 퇴직 후 B씨는 교회 담임목사인 A씨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약 94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1심에서는 A씨와 B씨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기관에서 직분을 맡고 종교 활동으로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봉사활동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의 제공으로 볼 수 없다”며 “이와 같은 봉사직에 대해 일정한 금전을 지급했다 해도 이는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근로의 대가가 아닌 은전 성격의 사례비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는 B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는 담임목사인 A씨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았으므로, B씨의 업무 내용에 예배, 심방 등 종교활동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본인의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B씨는 교회에서 전도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 사건 교회로부터 고정적으로 일정 금원을 사례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는데, 이는 그 명목 내지 명칭과 무관하게 전도사로서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서약서 제7항에 의하더라도, ‘연봉제’라는 표현이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B씨에게 지급된 사례금 명목의 금원에 대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했고, B씨를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이 사건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했다”며 “이처럼 피고인은 B씨의 근로자성을 전제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법원도 원심의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다만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이지 않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2013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의 ‘수당차액(미지급 임금)’란 기재 임금 부분과 2013년 10월 7일부터 2014년 10월 6일까지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41만6800원 부분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49조가 정한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이미 경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임금 부분과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부분의 지급의무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이를 지급하지 않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부분 임금과 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 기재 미지급 임금 합계 7686만원 전액에 관해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임금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에서 검사 측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지급 임금 합계 5151만원과 퇴직금 1722만원을 각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로 교환적 변경하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허가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허가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B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심리미진,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의 고의, 근로자성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재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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