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2000년만 해도 1.48명을 유지했으나 이후 2018년(0.98명)에 1명대, 지난해 0.7명대로 주저앉았으며 20여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통계청은 올 4분기에는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신호는 출생아수와 혼인건수, 인구 자연감소 등 인구 관련 지표 전분야에서 감지된다. 3분기 출생아수(5만 6794명)는 지난해 3분기보다 11.5%(7381명)나 줄었고 혼인 건수(4만1706건)도 8.2%(3707건) 감소했다. 출생아수와 혼인 건수 연간 감소폭이 10%를 오르내리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출생아수가 사망자수 아래로 떨어지면서 9월에만 인구가 1만명 가까이 자연감소했다. 인구 자연감소는 2019년 11월 이후 47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출산율 하락은 심각한 인구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총인구(1억 2300만명)의 0.6%인 80만명이 자연감소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으며 그 여파로 경제는 성장을 멈췄고 지역소멸 현상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출산율 하락 양상이 훨씬 더 심각하다. 3분기 합계출산율 0.7명은 일본(1.26명, 2022년)의 56% 수준에 불과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명, 202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구재앙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2000~2018년에는 연평균 0.028명씩 떨어졌으나 2018~2022년에는 연평균 0.05명으로 하락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은 집단자살하는 사회 같다”는 극단적 표현으로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저출산과 인구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국가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