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논란, ‘애정남’ 금융위가 필요하다[기자수첩]

금융위 ESG 의무공시 로드맵 돌연 연기
8~9월 의견수렴, 업계 “답정너 불통 우려”
로드맵 애매한데 처벌 명확, 기업들 멘붕
정교하게 로드맵 만들고 충분히 소통해야
  • 등록 2023-07-25 오전 6:00:00

    수정 2023-07-25 오전 6:17:36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너는 따라오기만 해)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의무공시 로드맵을 놓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로드맵을 발표하려다 돌연 연기했다. 이대로 발표하면 논란만 커질 것이란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8~9월 의견수렴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벌써 ‘답정너’부터 걱정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의 의견수렴이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답을 정해놓고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할 것이란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업계에서 볼 때 이미 답으로 정해진 금융위의 ‘불문율’은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반드시 ESG 의무공시를 해야 한다 △2025년부터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다.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한상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ESG 의무공시 관련 별다른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36.7%에 달했다. 물론 ‘그동안 뭘 했길래’라고 준비 안 된 기업들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조차도 제대로 준비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나태한 게 아니라 ESG를 둘러싼 모호함 때문이다. 미래의 환경 비용까지 전부 추산해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가 공개하려던 ESG 의무공시 로드맵을 봐도 모호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렇게 규정은 모호한데 공시 위반에 따른 처벌은 명확했다. 그러다 보니 답답함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답정너’가 아니라 ‘애정남(애매한 것을 명확하게 정리해주는 남자)’이다. 불통이 아닌 소통, 통보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금융위의 8~9월 의견수렴 과정이 업계와의 충분한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로드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로드맵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시간에 쫓길게 아니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애정남’ 금융당국을 기대해본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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