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인생영업]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 등록 2018-06-21 오전 5:00:00

    수정 2018-06-21 오전 5:00:00

[신동민 머크 생명공학 R&A 컨트리헤드·‘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이 칼럼을 읽으면서 다른 무엇을 하고 있나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식사를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신문기사를 읽거나 인터넷 검색을 한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너무나 평범한 일
상이 되었다. 거실에서 TV를 보면서도 무언가를 한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에는 여러 개의 창이 한꺼번에 열려 있고, 시도 때도 없이 채팅 문자와 이메일 알람이 화면을 채운다. 조그마한 스마트폰에도 알람으로 가득하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이 아주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더불어 더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야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멀티태스킹은 컴퓨터 용어로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병렬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제는 일상용어처럼 쓰이게 되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능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특히 시간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영업직 사람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수많은 일들을 최대한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한다. 이동하면서 통화하고 문자하고 커피도 마시고 정신없이 보낸다.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을 때도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하다. 다음 일을 생각하기도 한다. 고객과 대화하는 것에 집중이 안 되고, 다음 약속시간에 늦을까 조바심이 인다. 이런 상태로는 고객과 상담하는 내용에 100%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일을 처리하려고 하나 실제로는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온전히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고객과 상담을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중요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하는 상태도 발생한다.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추가적인 일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첨단의 컴퓨터보다 더 예민한 감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지, 아닌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서 이야기할 때뿐만 아니라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상대방이 나에게 오로지 집중하고 있는지 소위 딴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다. 만일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하지 않은 채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영업의 기본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아무리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아도 상대가 나를 소홀히 대한다면 당연히 고객의 구매욕구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까?

연애의 고수들이 말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들은 이 순간 내 앞의 상대가 세상의 모든 것이고, 이 세상의 단 한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한다. 물론 상대도 그런 태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업에 있어서 고객도 마찬가지이다. 이 순간만은 나에게는 당신이 이 세상의 전부이어야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 창에 올라오는 문자 메시지나 알림음으로 대화가 끊어지고, 시도 때도 없이 올리는 전화벨 소리에 기분이 좋을 고객은 없다.

짝사랑하던 사람과 처음으로 마주 앉아서 설레는 시간을 보내면서 스마트폰 문자를 확인하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흘낏흘낏 쳐다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문제는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진 우리의 습관 탓에 생긴다. 많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일의 효율성을 현격히 떨어뜨린다. 연구에 의하면 멀티태스킹은 일의 효율을 50%나 떨어뜨린다고 한다. 정작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적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일을 집중해서 제대로 마치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일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면 효율성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플로스원 (PLOS one)’이라는 유명한 과학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뇌에 부담을 주고, 뇌의 작동 구조를 바꾸어 결국 사람을 정서적으로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더구나 고난도의 작업을 할 경우 결과는 더 나쁘게 나온다고 연구됐다. 결국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하도록 구조화 되어있지 않고 발전되지도 않는데 우리는 스스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뇌를 혹사시키면 과부하가 걸리면서 뇌의 기능은 쇠퇴하고 마침내 번아웃(극도의 피로)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사람의 뇌는 컴퓨터와 달리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야생의 맹수들이 사냥감 중에서 하나만 보고 추격하는 동물적인 뇌와 같은 구조를 인간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우리 뇌의 능력을 과신해서 혹사 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상 깊은 장면을 보면 습관적으로 핸드폰 카메라의 버튼을 누르고, 젊은 세대는 곧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렇게 찍은 사진을 공유한다. 그런데 이런 행동들이 기억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행동을 하면서 대상을 정말 깊게 보고 감흥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장면과 나의 마음이 공감하는 몰입의 과정이 생기지 않으니 기억이 오래 저장되지 않는다. 마음에 깊이 새기는 과정이 없고,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인상 깊은 장면도 스쳐지나가 버린다. 감흥을 남길만한 교감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오히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실행하면 능률도 높아지고 머리도 맑아진다.

지금 이 순간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몸짓 하나를 느끼고 공감하라. 상대방도 당신을 그렇게 느끼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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