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료 바이오 산업을 이끌 '망막 치료'

유형곤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전 서울의대 교수)
  • 등록 2024-01-08 오전 6:30:00

    수정 2024-01-08 오전 6:30:00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국민의 20%를 넘기며 초고령 사회로 들어선다. 고령화 사회와 함께 안과 질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막 질환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3대 실명 질환에 속하는 당뇨성 망막병증과 황반변성 환자가 2013년 41만7562명에서 2022년 80만3959명으로, 지난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다행인 것은 최근 망막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전세계 연구진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이관련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상실은 대부분 신경이 위축되면서 시력을 잃게 되는 건성(위축성)이 원인인데, 뚜렷한 치료 약물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위축성 황반변성에 대한 치료 약물 두 가지가 연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환자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이들 약물의 이름은 ‘SYFOVRE’와 ‘IZERVAY’이다. 두 약물 모두 황반에 축적되는 드루젠(drusen)과 그로 인한 황반 망막신경 조직의 위축을 줄임으로써 시력 상실을 예방할 수 있다. 이들 약물이 신경 변성을 억제하거나 속도를 늦춤으로써 황반변성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더불어 망막 영상검사 방법의 비약적인 발달로 망막변성 초기에도 신경의 미세한 변화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높은 해상도와 인공지능에 기반한 알고리즘 개발에 힘입어 망막변성을 변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망막변성과 같은 신경변성 질환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진단 기술의 활용은 변성치료 결과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망막질환의 수술적 치료도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봉합이 필요 없는 미세한 수술 기구와 눈 속을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는 수술 현미경이 개발돼 수술 성공률은 향상되고 수술 후 회복기간은 단축됐다. 망막박리는 과거 실명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수술 직후에 시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 망막수술은 실패율이 높아 재수술이 흔했지만 하늘안과 망막센터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시행한 1000여 차례 넘는 수술 중 재수술 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까지 국제학술지에 보고된 수준보다 월등하게 좋은 결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망막 분야 치료 연구만 봐도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망막 질환의 조기 진단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같은 신경변성 질환인 알츠하이머와 같은 인지장애 증상의 조기 진단에도 적극 활용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보다 적극적인 망막질환 치료 연구가 바이오 제약 분야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이란, 건강한 노년을 의미한다. 건강한 노년을 누리기 위해서는 질환의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최선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지속적인 질환 연구와 치료 방법의 개발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망막변성과 실명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 지원 등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지원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망막 분야 연구가 가져올 획기적인 바이오 제약의 발전에 대한 기대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실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세계 의료 바이오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특히 망막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과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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