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형 건축비 7년간 14차례 올라..분양가 상한제 무색

  • 등록 2015-09-30 오전 5:30:00

    수정 2015-10-02 오전 8:18:43

동탄2신도시 분양가 1년새 16% 뛰어

민간택지 아파트 상승률의 2배 달해

임대주택 ‘표준건축비’는 7년째 동결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분양가 상한제의 핵심인 기본형 건축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표준형 공공 분양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아 정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LH 아파트를 표준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기본형 건축비의 과도한 인상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데일리가 대형 건설사와 입주자모집공고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수도권에 짓는 민간 재건축아파트 건축비와 공공택지지구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별 차이가 없었다. 민간 택지 아파트 수준으로 높게 책정된 기본형 건축비 덕에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와 관계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공공·민간 택지 ‘기본형 건축비’ 비슷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서울·수도권 민간 택지에 짓는 브랜드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건축비는 500만원 중후반대다. 이는 9월 현재 3.3㎡당 562만 2000원인 기본형 건축비와 같은 가격대다. LH 아파트를 표준모델로 했다는 국토부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택지에 짓는 브랜드 아파트는 투자 수요까지 겨냥하기 때문에 내장재와 평면 설계 등 품질에서 LH 분양주택과는 차이가 크다”며 “저렴한 공급이 목적인 LH 아파트보다 수요자 중심으로 고급화된 민간 아파트의 건축비가 더 드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수도권 민간 택지와 공공 택지 내 아파트 분양가는 수억원씩 차이가 나도 건축비는 비슷하다. 공공택지는 땅값이 싸서 분양가가 낮을 뿐 높은 기본형 건축비 덕분에 공사비는 차이가 없다. 공공택지에서 건설사가 얼마나 순수익을 내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대우건설(047040)이 민간 택지인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1-2구역을 재개발해 지난 4월 선보인 ‘아현역 푸르지오’ 아파트(전용면적 34~109㎡ 940가구) 일반분양가는 3.3㎡당 2000만원 선이었다. 한 달 앞선 3월 반도건설이 경기도 동탄2신도시(A-37블록)에 공급한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차’ 아파트(전용 59~96㎡ 545가구) 분양가는 1100만원대로 아현역 푸르지오의 반값 수준이었다. 겉으로는 분양가 상한제와 브랜드 차이 때문에 가격 차가 커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입주자모집 공고문을 보면 전용 84㎡형 아파트 기준 두 단지의 건축비는 각각 2억 3105만~2억 5104만원, 2억 110만~2억 3700만원으로 격차가 5~8%에 불과하다. 두 단지의 분양가가 다른 이유는 순전히 택지비가 각각 4억 4454만~4억 8566만원과 1억 6160만~1억 8411만원으로 3억원 가량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기본형 건축비는 시세가 충분히 반영돼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정할 때 상한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업계에선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본형 건축비에 대한 투명한 검증 필요”

올해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이 저금리 기조를 타고 1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으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수도권 공공택지의 신규 분양 아파트로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분양가는 지난 7년간 14차례 연속 오른 기본형 건축비를 발판 삼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와 닥터아파트 자료를 보면 올해 수도권 2기 신도시 분양가는 지난해보다 최대 16% 넘게 치솟았다. 동탄2신도시의 경우 지난해 신규 공급 단지의 3.3㎡당 분양가가 957만원이었지만 올해는 16.2%나 오른 1112만원에 달한다. 이는 민간 택지까지 모두 포함한 서울·수도권 평균 분양가 상승률(7.8%)의 두 배, 전국 평균(2.2%)의 7배가 넘는 수준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분양가도 같은 기간 994만원에서 1038만원으로 4.4%가 올랐고, 광교신도시 역시 1583만원에서 1645만원으로 4% 상승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과)는 “분양가 상한제가 물가 상승분을 보장한 원가 연동형으로 운영되면서 가격 억제 효과가 사라졌다”며 “지금부터라도 기본형 건축비에 대한 철저하고 투명한 검증을 통해 분양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달까지 3.3㎡당 ‘기본형 건축비’ 인상 추이. 같은기간 임대주택 공사 원가인 ‘표준건축비’는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자료=국토부·단위=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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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시 아파트 高분양가 주범은 과도한 '기본형 건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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