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전받던 국가에서 수출국으로, 美 기술통제 심해져
사실 절충교역은 미국이 해외에 자신들의 안보정책을 투사하는 용도로 활용하던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원조계획인 ‘마셜플랜’(Marshall Plan)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과 옛 소련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공산주의 세력확장을 저지하는 수단이었다. 서유럽 국가들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가로 기술이전과 이들 국가가 생산한 군수품 판로 개척 등을 지원했다.
한국 역시 미국의 군사적 원조를 받은 대표적인 나라다. 절충교역을 통해 선진 무기체계 기술 확보와 경제적 파급 등의 효과를 봤다. 실제로 국산 명품무기로 꼽히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현무’ 탄도미사일, T-50 항공기 등은 미국 기술이 밑바탕이 됐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 항공시험장도 절충교역의 산물이다.
문제는 우리 방위산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의 견제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이 국산 무기체계 개발을 통해 자국 방위력 개선에 더해 해외 수출까지 진행하고 있어 세계 방산시장에서 경쟁자가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KAI는 T-50 항공기를 앞세워 미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APT 사업은 미 공군이 운용 중인 T-38 탈론 고등훈련기의 노후화에 따른 교체사업으로 사업규모만 17조원에 달한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 보잉과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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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미 정부와의 절충교역 중단을 결정한 배경에는 우리 군 통신위성 확보 사업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9월 록히드마틴과 F-35A 40대를 7조4000억원에 도입하기로 계약하면서 절충교역으로 록히드마틴은 군사통신위성 1기를 제작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은 지난 해 9월 사업을 이행하는데 소요비용이 합의 당시 판단한 비용보다 크게 초과한다며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그러고선 우리 정부에 초과 비용에 대해 분담을 요청했다. 방사청은 미국 정부의 중재로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1년 6개월 가량이나 사업이 지연돼 3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절충교역에만 의존해 방위력 개선 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업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군 전력에도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절충교역(offset orders): 국제 무기거래 관행으로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사가는 국가에 기술 지원 및 이전, 국내 생산부품 조달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교역이다. 한국은 경쟁 입찰시 무기구매액의 50% 이상을, 비경쟁 입찰시 10% 이상을 절충교역 비율로 설정해 상대국에 해당 가치만큼의 반대 급부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