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통제의 역설… '나인원 한남' 로또아파트 예약

HUG 압박에 분양가 낮춰 재신청
고급 단지에도 일률적 규제 적용
시세차익 노린 투기 청약 부추켜
"투기 줄이는 채권입찰제 대안"
  • 등록 2018-03-27 오전 5:30:00

    수정 2018-03-27 오후 1:05:01

[이데일리 박민 기자] ‘나인원 한남’.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국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설 최고급 아파트 단지다. 내달 분양할 이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5000만원 안팎(펜트하우스 포함 시 5500만원대)이다. 이 가격대라면 서울에서 또 하나의 ‘로또 분양 단지’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이 아파트는 전통적인 부촌 입지와 대형 평형 위주의 최고급 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으로 주변 시세를 고려해 3.3㎡당 5700만원(펜트하우스 포함시 636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정부의 분양가 인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고 분양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집값 상승(고분양가 책정→주변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 고분양가 통제 명분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로또 분양’이 청약 과열과 함께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 낮아… ‘로또 청약’ 불보듯

나인원 한남 사업시행자인 디에스한남은 분양가를 3.3㎡당 5000만원 안팎으로 책정해 이달 안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분양 보증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보증 승인이 나면 곧바로 입주자 모집공고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분양에 본격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디에스한남 관계자는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설계 변경 등을 통해) 분양가를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현행 규정에서는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유일한 분양보증 기관인 HUG의 보증이 필수다. HUG는 분양보증을 신청하는 아파트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를 초과할 경우 보증을 거절하고 있다. 업계에서 HUG의 분양보증이 분양가 상한제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디에스한남은 2016년 5월 한남동 외국인아파트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6242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나인원 한남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고가 아파트 ‘한남 더힐’의 시세를 감안해 분양가를 3.3㎡당 평균 6360만원(펜트하우스 포함)으로 책정해 지난해 12월 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통상 분양보증 처리는 3~5일 안에 이뤄지지만 나인원 한남은 이례적으로 두 달여를 끈 끝에 보증 거절 판정을 받았다.

당시 HUG는 구체적인 분양가 상한선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주변 한남 더힐을 비롯해 한남아이파크·한남리첸시아·현대하이페리온·한남힐스테이트 등의 시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양가를 조정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에스한남 측에서는 고급 아파트라는 점을 들어 한남 더힐을 우선 비교 대상으로 삼았지만, HUG는 개별 단지 특수성을 무시한 채 주변 단지들을 모두 포함시키면서 ‘고양분가’로 규정한 것이다.

디에스한남은 결국 HUG의 요구대로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설계 변경을 감행했다. 기존 총 335가구(전용면적 206㎡~273㎡) 중에서 전용 244㎡ 펜트하우스 29가구를 일부 줄이고 새로 전용 182㎡짜리 아파트 16채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총 가구수는 335가구에서 343가구로 8가구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사업이 늦어지면 그만큼 금융 이자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고급 단지는 일반아파트와 비교가 불가능한데 일률적으로 분양가를 규제하면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만 리그’ 논란도… “채권 입찰제 도입 필요”

이번 분양가 조정으로 나인원 한남도 ‘로또 청약 단지’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단지와 가까운 한남 더힐과 비교해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 가까이 저렴해 당첨 즉시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할 께 뻔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지금처럼 대출 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자금 여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만 접근할 수 있어 ‘부유층의 로또 단지’만 양산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강남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도 애초 주변 시세를 감안해 3.3㎡당 4600만원으로 분양가를 매겼다가 퇴짜를 맞은 후 4160만원으로 낮췄다. 이에 청약 당첨만 되면 최소 4억~5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 ‘로또 단지’로 꼽히면서 수만명의 청약자들이 몰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단지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분양가 통제가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성 청약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차라리 주변 시세 수준으로 분양 보증을 해주고 분양받는 사람에게 국채 등 채권을 사들이게 해 기준을 초과하는 수익은 국고로 환수하는 ‘채권입찰제’ 도입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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