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5)씨는 후배들과 대화 도중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후배들이 일상처럼 사용하는 신조어들을 도통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회개리카노가 뭐냐”고 묻자 후배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마’(카라멜 마키아또)도 모르냐며 키득키득 웃었다. 후배에 따르면 회개리카노는 ‘과식한 것을 회개하며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이다. 이를 곧바로 알아듣지 못한 김씨는 시류에 뒤처진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삼귀다’(사귀다의 전 단계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가까이 지내다), ‘만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쿠쿠루삥뽕’(게임 용어로 비웃는 소리), ‘킹리적 갓심’(King+합리적+God+의심을 합친 말로 의심을 넘어 확신을 강조하는 표현) 등…. 신조어를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소통이 늘어나면서 신조어·축약어가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선 모르면 대화할 때 불편함뿐 아니라 자칫 시대의 흐름까지 놓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
신조어의 출현은 막을 수 없지만,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갈등과 문제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17년 20~40대 직장인 8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2%의 직장인이 ‘신조어 때문에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조어 뜻을 이해하지 못해 검색해봤다’고 답한 20대도 9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신조어의 남용이 더이상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 ‘굥정’, ‘석열하다’, ‘재명하다’ 등 일부 정당 열혈 지지자의 경우, 상대 진영 정치인을 조롱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신(조)어는 정확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고정적 의미 확정이 안 된 단어이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미디어나 보고서 등 공식적 매체와 자료에서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