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이젠 우리가 M&A 사냥꾼"

인도·중국 등 선진국 기업 M&A로 공략
전략 없이 무작정 인수..실패 우려 높아
  • 등록 2006-11-30 오전 7:14:56

    수정 2006-11-30 오후 1:38:42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두바이 포츠 월드(중동)의 P&O(영국) 인수, 미탈(인도)의 아르셀로(룩셈부르크) 인수, 타타(인도)와 CSN(브라질)의 코러스(영국) 인수전. CNOOC(중국)의 유노탈(미국) 인수 시도.

세계 시장에서 인수합병(M&A) 먹이감이었던 이머징 마켓 기업들이 이제는 사냥꾼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기업들이 서구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한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머징 마켓 기업들의 자금 상황을 고려했을때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29일 예상했다. 그러나 전략적이 아니라 마구잡이식으로 인수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머징 기업 '해외로 해외로'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 M&A에 쏟아부은 자금은 1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작년 한해 규모에 비해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도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도 200억달러로 작년 45억달러에 비해 급증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주로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중국 기업들이 추진한 대규모 M&A는 대부분 석유와 가스 업종이었으며 인도의 경우 지난 4년동안 10대 M&A건 가운데 5건이 인도석유가스공사(ONGC)가 추진한 것이었다.

IT 부문과 인프라 자산에서도 해외 M&A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 레노보는 IBM의 노트북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카타르 투자청은 영국 수자원 관리업체인 템즈워터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선진국 뿐만 아니라 다른 이머징 마켓 기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것.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작년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달러에 인수했고 CNOOC는 나이지리아 유전을 사들였다.

해외 기업 사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친 중국 최대 국영은행인 공상은행(ICBC)을 비롯해 인도 자동차 및 IT 그룹인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 화학 및 통신 재벌인 릴라이언스, 제약업체인 시플라, 란박시, 닥터레디스 등이 해외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유망하며 러시아이 에브라즈도 기업사냥에 활발하게 나설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의 엠브라에르, 아프리카 광산업체인 퍼스트 퀀텀 미네랄스 등도 후보다.

이에 따라 서구 기업의 경영진이나 투자자, 투자기관들도 기업 매각시 인수 후보자를 이머징 마켓 기업들로 넓히고 있다.

◇전략 부재..실패 가능성 높아

이처럼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M&A에 나선 것은 상품가격 급등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중국 은행의 저리 대출, 유동성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곧 이같은 현상은 일시적이며 일정 시점에서 감소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머징 마켓 기업들이 치밀한 전략 없이 M&A에 나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문화적인 차이와 저조한 합병효과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대만 전자업체인 벤큐는 지멘스로부터 휴대폰 사업부문을 인수한지 1년도 안 됐지만 사업을 철수했다.

BCG는 최근 중국 기업의 16개 인수합병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략적으로 투자한 경우에는 효과가 괜찮았지만 인수를 통해 통합하는 경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CG는 "중국 기업들은 세계화 전략에 있어서 M&A의 역할을 명백하게 규정하지 않았다"며 "전략적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때 M&A를 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 기업이 다양한 시장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타겟으로 삼고 있는 시장의 소비자들이나 경쟁자들, 유통 구조, 규제환경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경영 정보 시스템이나 지배구조, 경영 기술, 업무 프로세스 등은 대형 글로벌 기업에 비해 뒤쳐져 있다고 분석했다.

국경을 넘은 M&A가 국내 기업 인수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높은 만큼 상당수의 이머징 마켓 기업들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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