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움이 절실한 불우이웃 생각해야

  • 등록 2017-12-13 오전 6:00:00

    수정 2017-12-13 오전 6:00:00

어느새 찬바람 불어가는 겨울이다. 매서운 눈보라가 아니라도 마음 한 귀퉁이에서부터 저절로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생활이 궁핍한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헐벗은 입장에서는 겨울 한 철을 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마다 연말을 맞아 불우이웃을 돕는 자발적인 자선의 손길이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쪽방촌에 김장 김치를 나눠주거나 연탄을 돌리기도 한다. 서로가 나눔의 정성을 모아 우리 사회를 좀 더 훈훈하게 만들자는 취지다.

그러나 올해는 상당히 썰렁한 분위기다. 도심의 번화한 길거리마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건만 일반의 관심은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기부금을 받는 구호단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개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빡빡한 탓이 클 것이다. 점차 경기가 풀리고 있다지만 아직 체감하기 어려운 데다 집집마다 자녀의 취직과 노후 걱정까지 겹쳐 있는 마당이다. 기부의 큰몫을 차지하는 기업들도 경영을 억누르는 여건으로 인해 제 앞가림만으로도 바쁜 상황이다.

더구나 기업의 기부 행위를 이권과 결탁하겠다는 동기로 간주하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인식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최근까지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에 처해 뇌물을 전달하고 기업 이권을 따내려 했다는 눈총을 피할 수가 없었다. 올해 기업들의 기부금 집행 규모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여기에 친(親)노동 정책에 따라 기업들이 안팎으로 시달리는 여건이다. 도움의 손길이 작아졌다고 기업들만 탓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부금을 집행하는 자선단체들의 도덕적 해이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 불우이웃을 돕는다며 돈을 거둬서는 뒷구멍으로 빼돌린 경우가 적발됐으니, 어느 누가 선뜻 기부금을 내려 들겠는가. 희소병을 앓는 딸의 치료를 위해 접수된 기부금을 제멋대로 사용한 이영학 사건도 비슷한 경우다. 그렇다고 우리 이웃들이 이 추운 날씨에 냉방에서 담요 몇 장으로 견디며 지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 어려운 처지에서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 더욱 아름답고 고귀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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