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접대문화 바꾸다]②"공무원과는 설렁탕 한 그릇도 조심해서 먹어라"

  • 등록 2016-08-08 오전 6:00:05

    수정 2016-08-08 오전 6:00:05

[이데일리 최선 전상희 기자] 김영란법 시행을 50여일 앞두고 기업, 관가, 지자체 등 대상자 중심으로 벌써부터 접대문화의 변화에 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저녁식사나 골프약속을 당겨서 잡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지만 법 시행에 맞춘 사전 준비의 일환으로 전보다 간소해진 만남을 갖는 풍토도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1차-2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보다는 가벼운 식사 후 차를 마시고, 주말 운동으로는 등산을 선택하는 일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1인당 식사비 제한이 3만원이든 5만원이든 가격 상한선을 정해놓은 법이 시행되길 앞두면서 행동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보다 가벼운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모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최근 대표이사가 정부기관인 ‘방위사업청 앞에서는 설렁탕 한 그릇도 조심해서 먹으라고 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방위사업청 직원들도 제 몫은 자신이 지불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접대문화에 있어 그동안 뚜렷했던 갑을관계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변화를 시도하는 지자체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서울 강남구는 ‘청렴식권’을 도입해 공무원이 민원인과 구내식당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인허가 업무와 관련한 건축, 도로관리과, 치수 등 관련 업무 관계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선제적인 조치로 지난해부터 ‘민간 암행어사’까지 도입했다. 경기도는 ‘청탁방지담당관’을 신설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적용여부를 가려주는 상담부서를 개설했다.

이처럼 기업, 정부, 지자체 등이 몸사리기에 나서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메뉴와 선물세트를 판매해오던 식당가·호텔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격을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맞춘 신 메뉴를 출시하거나 기존 메뉴의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일례로 해초바다요리 전문 식당 ‘해우리’는 다음달 28일부터 1인기준 2만 9000원의 ‘해우리 저녁 특정식’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저녁메뉴 중 최저가격은 1인 기준 3만 9000원이나 김영란법에 맞춰 3만원 이하의 신메뉴를 구성한 것이다.

해우리 관계자는 “다음달 메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회식 예약이 가능한지 등을 묻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한 한정식집은 60년간 운영하던 식당의 문을 닫고 쌀국수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 준비를 하고 있다.

식당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내려가 손님이 줄어들어 낮은 매출로 고민했었다. 김영란법도 매출에 더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저렴한 가격대를 판매하는 식당으로 업종 변경을 결정했다“며 업종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는 1만원 안팎의 쌀국수 집의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주로 고급 선물 세트들을 선보였던 호텔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쉐라톤 워커힐은 추석선물 중 김영란법 대비 상품으로 4만 9000원짜리 ‘대추야자 특선’을 선보였다.

쉐라톤 워커힐 관계자는 ”벌써부터 제품을 문의하거나 구매를 예약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에 나와있던 김치선물세트 등의 제품들도 소포장 등으로 가격부담을 낮춰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김영란법에 맞춰 가격이나 메뉴, 프로모션쪽을 계속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주력 선물세트의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대형 마트는 김영란법 시행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인 데다 인기 있는 선물세트들의 70%는 주로 5만원대 이하의 상품인 탓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는 김영란법 때문에 상품세트나 마케팅 등에 크게 변동사항이 없다. 우선 올해의 추이를 보고 내년 설 선물세트의 구성을 고민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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