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지난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로 대표되는 필수의료 붕괴 상황이 가팔라지고 있다. 아픈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내달려도 소아과 문이 열자마자 대기가 꽉 차 병원 2~3곳을 도는 건 일상이 됐다. 제시간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한 중증 ‘응급실 뺑뺑이’ 환자는 연간 14만명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필수의료 살리기를 목표로 의대정원 확대, 수가 개선책 등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배희준 이사장은 “적어도 필수의료 분야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며 “인력을 무작정 늘려서 해결되지는 않을 거다. 해당 분야로 새로운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세심한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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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사장은 “힘든데 그만한 보상이 없기때문에 (전공의가 없는 게) 아닐까?”라며 “충분히 많은 인력을 권역센터 및 지역센터에 집중해 적어도 그곳에서는 그래도 견딜 수 있는 삶을 살도록 해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 정부의 정밀한 계획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다른 방법은 그럼에도 이 분야로 들어올 만큼 충분한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것인데, 워라벨을 포기할 만한 보상이 가능한지,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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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배희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세심한 제도적 보완은 어떤 게 있을까
-신경과 의사를 빠르게 늘릴 수 없다면, 일차의료에서의 역할도 중요해 보이는데.
△신경과 영역은 소아청소년과와 더불어 다른 전공 의사들이 대신하기 어려운 분야면서, 응급실에서 내과와 더불어 가장 많은 콜을 받은 과다. 이런 대체불가성 때문에 노인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뇌졸중 및 각종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 늘면서 응급실 관련 업무 부담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현재 뇌졸중 치료체계에 관한 우려의 핵심은 지방의 상급종합병원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이고, 일률적인 신경과 전공의 수의 감축과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 등의 효과로 지방의 상급종합병원부터 교수들이 본당을 서게 되면서, 젊은 교수들의 탈출 러쉬와 신규 충원에 문제가 생긴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일단 전공의 당직체계가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의 전공의 정원 증가만 있어도 당분간 탈출 러쉬는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신규 진입의 문제는 결국은 적절한 근무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고, 상술한 권역·지역체계의 구축이 해답일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는 필수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묘수로 의대 증원을 추진 중인데.
△단순히 의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것은 효율적인 생각은 아니다. 적어도 필수의료분야에 대해서는 젊은 의사들이 해당 분야를 지원할 만한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고, 이런 체계는 아마도 분야마다 다를 것이다. 이런 정교한 작업과 함께, 적절한 보상, 사회적 인정 이런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서도 필수의료 대란으로 의사 수를 늘렸는데.
△일본도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가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2008년 도쿄의 임산부가 심한 두통으로 큰 병원을 가려고 했으나 7개 기관에서 수용을 거부했고 1시간 만에 병원을 방문해 아이는 제왕절개로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엄마는 뇌출혈로 3일 후 사망했다. 이후 일본에서 이러한 뺑뺑이를 막고자 여러 방안을 만들어, 지금은 환자가 신고하고 구급차는 10분 안에 도착, 병원에는 40~50분만에 도착한다. 해당 과정에서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소통해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고 중증 환자를 치료 가능한 권역센터급 병원으로 이송한다. 이렇게 해도 6% 정도의 환자들은 병원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현재 우리도 중증도 분류 시스템이 있고 권역 및 지역응급센터가 있지만 필수중증질환을 빨리 진단하고 상황에 알맞은 최종 치료기관과 연계하는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필수인력을 포함한 치료자원을 적절히 배치하고 이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필수 의료 인력의 증원이 필요하다.
-뇌졸중센터의 지역 편중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인구가 집중된 지역에 센터가 집중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문제는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갈 만한 뇌졸중센터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과 인접한 지역에 호주의 경우 일부 도시지역에 거의 모든 인구가 집중된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 억지로 뇌졸중센터를 설치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정답은 아니다. 많은 돈을 투입하면 설치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의료진을 유지하기로 힘들과 일정 수준 이상의 치료를 제공하기는 더 힘들다. 치료 경험이 많을수록 치료 결과가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환자나 그 가족들은 이런 사실은 잘 안다.
-비대면진료는 필요하다고 보나.
△뇌졸중 분야의 경우 두 가지 측면에서 비대면 진료가 매우 절실하고 시급하게 필요하다. 첫째는 발병 현장이다.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혹은 환자가 스스로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했을 때, 뇌졸중을 진단하고, 중증도를 파악해 빨리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119구급대원이,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뇌졸중 여부와 중증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몇몇 도시에서는 ‘Mobile Stroke Unit(이동식 뇌졸중집중치료실)’이라고 아예 구급차에 신경과의사를 태워서 보내는 체계를 시험해 보기도 하는데, 모든 장소에서 항상 가능할 수는 없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등장한 것이 ‘Telestroke(텔레스트로크·원격뇌졸중)’이라는 개념이다. 현장이나 신경과 의사가 없는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에서 비대면 원격진료의 형태로 센터에 있는 전문의가 뇌졸중을 진단하고, 중증도를 파악하고, 치료 방침을 정해 적절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다. 응급의료기관의 경우에는 환자를 이송하지 않고 해당 기관에 머무르면서 치료를 받고, 경과를 보기도 한다.
둘째는 거동이 불편한 뇌졸중 환자들의 통원치료다. 신경과 진료에서 환자를 직접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가 걸어 들어 오는 것, 의사의 문진에 대한 환자의 반응 속도, 내용 모든 것이 진단의 기초다. 따라서 저 역시 환자가 직접 오지 못하는 경우가 지속되면 인근 병·의원으로 환자를 회송한다. 그러나 여러 복합적인 문제 때문에 제가 직접 진료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선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비대면 진료는 매우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족에게도, 환자에게도,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무분별한 그리고 진료의 질적 향상과 질병 결과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도입에는 나 역시 반대다. 현장의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가장 시급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본다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대한뇌졸중학회를 2년 동안 이끄셨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이었다. COVID-19 기간 위축됐던 학술활동과 회원 간 그리고 외국학회·타학회와의 교류를 회복하려고 했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의 수립이나 필수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체계의 구축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제가 노력한 방향이 맞는지, 성공했는지는 시간이 답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부수기는 쉽다. 지난 20년간 어렵게 구축해 놓은 뇌졸중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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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서울 △서울 상문고 △서울대 의과대학 학사, 동대 의과대학원 신경과학 석사 △고려대 의과대학원 예뱡의학 박사 △現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장, 서울대병원 심뇌혈관질환관리 중앙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