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기업노조 장악력 약해졌다..이유는

두산중공업 임단협 7개월째..원인은 `노노`갈등
단위노조 "민노총이 해준게 뭐냐?"
  • 등록 2004-11-10 오전 7:48:07

    수정 2004-11-10 오전 7:48:07

[edaily 좌동욱기자] 민주노총의 노조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비정규직 정부 입법안 반대 등을 이유로 실시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진 노조원은 전체 조합원 중 34.9%에 불과했다. 단위노조 사업장에서는 단위노조와 상급단체와의 갈등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단위노조 중 규모가 큰 사업장일수록 민주노총의 투쟁방침에 회의를 품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의 영향력 감소는 일시적인 이유가 아니라 구조적인 데서 비롯되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임단협 7개월째..원인은 노노갈등 10일 현재 두산중공업은 지난 4월30일부터 시작된 임단협을 7개월째 진행중이다. 두산중공업의 임단협은 노사대립이 극심하기로 유명하지만 올해 임단협이 지연되는 이유는 `노사` 갈등이 아닌 `노노`갈등때문이다. 두산중공업 노조 강대균 지회장은 "지난 9월 마련한 노사 합의안에 대해 금속노조가 주5일제와 관련된 금속노조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일부 노조원들이 사측과 재교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대표적인 산별노조다. 금속노조에 소속된 노조는 임단협과정에서 노사합의안을 금속노조측의 동의를 얻어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 두산중공업 노조지도부는 금속노조의 지침을 따를 경우 임단협 타결이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금속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노사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측 주장에 동조, 노사합의안을 폐기하고 사측과 재교섭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강 지회장은 "현실적으로 금속노조의 지침을 따를 수가 없어서 지난달 12일 총회를 개최하고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합의안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실력행사로 투표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합의안을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이 투표장과 방송시설을 점거해, 유혈충돌이 일어날 뻔하기도 했다. 현재 금속노조는 두산중공업이 근로조건의 후퇴없는 주5일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노조는 주 5일제로 발생하는 임금 손실분을 사측에게서 보상받는 대신 노측은 월차 폐지 및 연차 조정 등의 휴일 감소를 받아들이는 노사합의안을 마련했다. 강 지회장은 "금속노조의 대의를 한번도 부정한 적이 없다"면서도 "상급노조의 방침과 개별사업장의 현실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 지회장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을 모두 부정하고 오직 과격한 투쟁논리와 상부의 지침만을 고집해서는 조합원의 실제적 권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단위노조 "민노총이 해준게 뭐냐?" 문제는 상급 노조단체와 단위노조간 갈등이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LG칼텍스정유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을 잇따라 탈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LG칼텍스정유는 정유사로서는 최장기 파업을 하는 등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노조연맹의 강경한 투쟁방침을 따르다 여론의 철퇴를 맞으면서 민노총을 탈퇴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고 박일수씨 분신사망 사건과 관련해 금속연맹측과 의견대립을 보인 후 민노총에서 제명된뒤 탈퇴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민노총 탈퇴전 금속연맹에 매년 5억8320만원씩 회비를 납부했고, 서울 상경투쟁 등 비용을 합치면 연간 8억원 이상의 비용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은 회사측에 돌아오는 실익은 거의 없다고 불평했다"며 민노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민주노총 탈퇴를 발표하고 난 후 노동조합에 전화가 단 3통 걸려왔는데 전부 잘한다, 열심히 하라는 내용이었다"며 "10년전만 해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노동 조합이 뒤집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의 투쟁방침에 대한 불만은 지난 9일 개표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달 25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민주노총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참가율은 51.3%로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투표참석자들의 총파업 지지율은 67.9%. 결국 전체 조합원 59만5244명 중 총파업을 지지한 사람은 34.9%인 20만7661명에 불과했다. 민주노총은 철도노조, 도시철도, 보건의료 노조 등 4만명 이상의 조합원이 아직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저조한 투표율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애초 민노총은 예상투표율을 65%로 내다봤다. 특히 투표 참여자들 중 총파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31.2%나 됐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총파업 반대의지를 밝힌 사람이 투표자 중 3분의 1 가까이 된다는 말. 실제 투표 참가자보다 불참자가 총파업에 반대하거나 무관심한 사람이 더욱 많은 것이 사실이다. 민노총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친노조 전문가들조차 민노총 우려 전문가들은 민노총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 구조적인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정의 비정규직입법안을 반대한다고 밝힌 학자들조차 현 민노총의 과격한 투쟁방침이 민노총의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우려할 정도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주희 박사는 "전반적으로 민주노총이 기업별 노조들에 대해 장악력이 떨어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한국처럼 기업별 노조와 산별노조가 함께 조직돼 있는 국가에서는 산별노조의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민노총이 현재 추구하는 정책들은 비정규직 문제 등의 정치적인 문제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민노총의 정치적 목표에 대해 과거에는 단위노조가 공감을 했지만 이제는 단위노조가 조합원들의 이익을 우선시 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와 민노총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김동원 교수는 민노총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노조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정규직화하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민주노총의 주력 구성원은 대기업 근로자"라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개별기업의 정규직 노조는 이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현대차 정규직의 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사측은 임금인상분의 압박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한국 노사관계가 당면한 진짜 문제점은 노사간 갈등이 아니라 노노간 갈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규모가 큰 단위 노조일수록 단위노조의 이해관계와 산별노조의 이해관계가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인하대 경제학과 윤진호 교수는 "규모가 큰 기업별 노조일수록 산별노조와 이해관계가 대립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면서 "특히 한국은 노조의 노동운동이 임금인상 등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온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노조가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 노동연구원의 이 박사는 "노조가 아직도 약자라는 피해의식이 있다. 시대가 변하는데 노조만 변하지 않고 있다"며 "현 민주노총 지도부는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이지만, 대의원들이 여전히 강성이다. 다수결로 당선이 됐으면 임기동안은 지도부를 지지해야하는데, 분파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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