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ESG 태풍 올 것…파격적 기업 지원책 시급”

[만났습니다]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 ①
“4개월 뒤 ESG 국제공시기준 확정, 대비해야”
“ESG 공시는 산업 대개혁, 퇴출 기업 나올 것”
“정부, 채찍 아닌 인센티브로 전환 유도해야”
  • 등록 2023-02-10 오전 6:01:00

    수정 2023-02-10 오전 6:01: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는 태풍·지진처럼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입니다. ”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회계기준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ESG 공시는 산업 대개혁 신호”라며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면 기업의 대출·자본투자·납품 모두 중단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제적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태풍·지진 오는데 대비를 안 할 것인가”라며 “ESG 공시는 산업 대개혁 신호”라고 지적했다. △1956년생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한국은행 △삼일회계법인 대표 △삼일PwC컨설팅 대표 △한국거래소 공시위원회 위원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회계기준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회계기준원장 7·8대 원장(2017년~)(사진=김태형 기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오는 6월 말에 국제표준 ESG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한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할 ESG 공시기준을 본격 마련한다. 2025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ESG 의무공시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관련해 김 원장은 “ESG 공시는 유독가스를 뿜어내고 낡은 장비에 의존하는 현재 산업 모델을 교체하라는 뜻”이라며 “앞으론 ESG 경영을 안 하면 사업을 못한다는 글로벌 스탠다드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6월에 국제표준 최종안이 발표되면 해외의 ESG 경영 압박이 더 거세지고, 우리 정부의 준비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준비 상황은 갈 길이 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기업 300곳에 질문한 결과, 응답 기업 61.6%가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ESG 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ESG 의무공시 관련 별다른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36.7%에 달했다.

김 원장은 “준비 안 된 기업에 채찍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 성공적인 ESG 준비가 가능하다”며 “파격적인 제도·인프라 지원으로 우리 기업들이 산업 전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ESG 경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며 “정부 지원책도 지금부터 본격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전 역대 최초 연임에 성공했는데, 지난 6년 재임 소회는.

△회계기준원은 회계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관 중 가장 독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이고 국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이다. 그동안 재밌고 행복했다. 한국거래소에 중소기업을 위한 회계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숙원 과제도 꽤 많이 해결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전폭적 지원 덕분이다.

-그동안 가장 기억 남는 장면은.

△작년 10월 국제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의 재단이사회 총회를 우리나라에서 열고,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場)을 연 것이다.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의 꾸준한 국제활동 성과다. 이제는 해외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시대다.

-회계기준원의 올해 중점 과제는.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해 할 일이 엄청 많다. 지난달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출범 준비는 힘들었지만, 내용이 좋았다. KSSB 출범은 ESG 공시가 국내 시장·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성과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은 “수험생에게 공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듯이, 정부는 기업이 산업 전환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김태형 기자)


-ESG 공시는 왜 중요한가.

△ESG 공시는 산업 대전환에 대한 예고이자 경고장이어서다. ESG 공시는 산업 개편·전환에 대한 성적표다. 시장은 개별 기업에 대한 가혹한 선별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투자 회수, 신용 중단, 공급망 퇴출 등으로 많은 기업·산업을 퇴출시킬 것이다. 그 파괴력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 기업은 잘 대비하고 있나.

△큰 기업들은 잘 준비하고 있는 편인데 아직 대부분이 제대로 된 준비를 못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 효율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부작용도 신경 써야 할 때다. 앞으로 ESG 경영 압박이 계속될 것이다.

-‘기업하기 힘들다’는 아우성 많은데.

△먹고 살기 힘들다고 태풍·지진 오는데 대비를 안 할 것인가. 피해를 안 입을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ESG 경영을 준비한 기업과 아닌 기업의 격차가 커질 것이다. 준비한 기업이 경영하기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최종 목적지는 산업의 전환이다. 지속가능한 사업을 해야 한다. 공해를 유발하는 등 지속가능하지 않는 산업 시대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 목적지로 가기 위한 중간 정거장이 바로 ESG 공시다.

-6월말 국제기준이 나온다.

△최종안은 앞서 공개된 미국의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가 만든 공시기준과 굉장히 유사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 최종안을 반영해 어떤 내용을, 언제부터, 어느 기업에 적용할지를 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만 완화된 ESG 공시를 만들 순 없다. 해외 투자자들이 지켜보고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등 정부 역할은.

△수험생에게 공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듯이, 정부는 기업이 산업 전환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산업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물적·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서둘러선 안 된다. 제조강국인 한·중·일, 미국, 독일 등은 서로 상황을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5년이나 그 이후부터 ESG 공시를 적용해 우리 기업들에 충분한 준비 시간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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