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채권 한도초과 위기…단기사채·기업어음으로 연명

한전채 발행 한도 턱밑 차오르면서,
단기사채·기업어음 발행 대폭 늘어
CP 2021년 13.5조→2023년 26.2조로
전체 시장 차지하는 비중 10%대로↑
금융시장 ‘한전발 블랙홀’ 우려 여전
“전기요금 현실화하고 감독 강화해야”
  • 등록 2024-02-06 오전 5:00:00

    수정 2024-02-06 오전 9:33:43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015760)공사가 최악 재무위기 속에 회사채(한전채) 발행 법적 한도가 막힐 위기가 되자 단기 자금조달 수단인 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5일 이데일리와 기후솔루션이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을 통해 최근 3년간 회사채·단기사채·CP 발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전은 2022년 31조4000억원까지 늘었던 한전채 발행량을 지난해 11조9000억원까지 줄인 반면, 단기사채와 CP 발행량은 대폭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단기사채 발행량은 2021년 21조6000억원에서 2022년 59조5000억원까지 늘렸고 지난해도 72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CP 발행량 역시 2021년 13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 18조3000억원, 2023년 26조2000억원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단기사채는 말 그대로 단기 자금 융통을 위한 것이어서 빚이 누적되는 건 아니지만, 5년 만기 CP 발행량과 함께 단기사채가 늘어나는 건 한전의 자금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한전채 누적 발행량이 법적 한도에 다다른 데 따른 것이다. 한전채 발행잔액은 2021년 말 3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약 80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며 작년 말 기준 한도(104조6000억원)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한전의 올해 자본금·적립금이 약 6조원(증권사 전망치)의 지난해 영업적자를 반영해 30조원 가량 줄어들면, 당장 한전채 발행이 막히는 것은 물론 초과분을 즉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통상 회사채는 발행 조건이 까다롭지만 3년 이상의 장기 자금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CP는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때 쓰인다.

한전은 정부와 동일한 신용도를 보유한 우량 기관인 만큼 한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유리하지만, 전체 금융 시장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 법적 누적발행 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5배 이내로 묶어 놨고, 한전이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탓에 누적 발행량이 법적 한도 턱밑까지 차오른 것이다.

한전이 작년 12월 이례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 등에 3조2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요구해 받아내고, 한전기술(052690) 지분 매각을 통해 3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도 한전채 발행량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3조5500억원의 자본금 확보는 곧 한전채 발행 한도 약 18조원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022년 단기사채 발행액은 119조원이 아닌 59조5000억원으로 정정
문제는 그럼에도 금융시장 ‘한전발 블랙홀’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한전이 영업흑자 전환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전채 발행을 대폭 줄이며 채권시장(특수채·일반회사채·지방공사채) 내 비중은 지난해 9%까지 줄었으나 단기사채와 CP 시장에서의 한전 비중은 두자릿수로 늘었다. 단기사채 시장에서의 한전 비중은 2021년 2%에 불과했으나 2022년 15%, 2023년 12%까지 늘었고, CP 시장에서의 비중도 2021~2022년 8%에서 지난해 11%까지 늘었다.

한전이 한전채 발행을 쏟아낸 지난 2022년엔 특수채·일반회사채·지방공사채 중 한전채 비중이 28%까지 늘어나면서 다른 기업의 회사채 시장 내 자금 조달 위축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한전채 비중이 줄어든 회사채 시장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자회사 중간배당을 통해 한전채 발행이 막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그 자회사들이 그만큼 회사채 발행량을 늘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현실화와 한전의 자구노력 등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근본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한전은 발전연료비 급등 여파로 앞선 3년간 40조원이 넘는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총부채 201조원(작년 3분기 말 기준)을 기록 중이다. 올해 경영이 정상화하더라도 누적 적자를 해소하지 않는 한 연 4조원대 전후의 이익을 고스란히 이자를 내는 데 써야 한다.

한전은 물론 그 자회사에 대한 사채 발행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도 나온다. 한전에 채권 발행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부과를 검토하거나, 아직 별도 규정이 없는 한전 자회사에 대한 사채 발행한도 규정을 신설하는 등 한전이 전체 금융시장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는 사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한전과 그 자회사가 화석연료 중심(현재 약 60%)의 전력시장을 유지하는 한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내 한전발 블랙홀 현상은 언제든 다시 반복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론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한전의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론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사업 구조에서 탈피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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