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옥석 가리기

  • 등록 2012-02-07 오전 8:07:32

    수정 2012-02-07 오전 8:07:32

[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12월23일 장마감 후 공시를 했다. 현대중공업 제스솔라 유니테크솔라 등과 체결한 공급계약이 상대방 요청에 따라 해지됐다는 내용이다. 웅진에너지의 태양광 웨이퍼를 공급받는 이들이 업황 악화로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계약해지 내용보다 공시시점에 있었다. 웅진에너지는 12월중순 일반공모 형태로 1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완료했다. 당시 공모에는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3개월 단위로 장기공급계약 가격을 결정하는 회사 입장에서, 높은 가격에 자금을 확보한 후 공급계약 해지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 1월초 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는 한양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 4개 증권사 임직원들이 BW를 발행하고, 이를 인수자에게 중계해준 댓가로 억대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경영·재무상태로 볼 때 정상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BW 발행을 도왔다. 자금을 조달받은 부실기업이 도산할 가능성도 있고 기관투자자가 자금을 회수,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자칫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최근 무분별한 BW 발행이 급증하면서 기업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아졌다.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발행된 BW는 2조6000억원으로 전년비 40%나 증가했다. BW는 새로운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이다.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보다 발행하기 쉽다. 최근에는 증권사 IB 담당자들이 재무상태가 안좋은 기업을 상태로 BW 발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BW 발행이 많아졌다는 소리다. 또 BW를 발행해 워런트를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매각하면, 최대주주 지분율 강화 및 시세차익 등의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일부 상장사는 BW를 이용해 오너 2세 지분율을 높이기도 한다.

BW는 변종 파생상품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황금 BW라 불리는 것은 감자 시 행사가액을 조정하지 않는다. 즉 황금 BW를 인수한 뒤 감자가 이뤄질 경우, BW 인수자는 감자비율 만큼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때문에 일부 사채권자들은 감자 가능성을 염두하고 BW를 인수하기도 한다. 이 경우 일반 주주들은 감자로 인한 주가 하락에다 BW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까지 감수해야 한다.

BW는 기업에 자금흐름을 도와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순기능을 한다. 반면 문제있는 기업일수록 BW 유혹에 끌릴 수 밖에 없으며, 투자자들은 이에대한 판단력을 길러야 할 상황이 됐다. 벌써 올해들어 BW 발행을 결정한 상장사는 12개나 된다. 어떤 경영환경에서 BW발행을 결정했는지가 종목 투자시 또 하나의 옥석 가리기 지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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