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YOLO)’ 뜨니 ‘펀(Fun)’한 데 손이 가네

혼족·욜로족, 키덜트 '핵심 그룹'으로 부상
5월 유통가 키덜트 집중겨냥 마케팅 활발
"욕구에 충실한 소비층 늘면 키덜트 산업도 클 것"
  • 등록 2017-05-04 오전 5:00:00

    수정 2017-05-04 오전 5:00:00

자칭 ‘키덜트’인 대학생 임슬아씨는 자취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외로움을 달래고자 한 달에 한 번 꼴로 인형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임씨가 구매한 인형들.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텅 빈 집에 만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큼 큰 위로가 있을까요?”

대학생 임슬아(24·서울 연희동) 씨는 인형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임씨는 자취 5년차 ‘혼족’(혼자 사는 1인 가구)이다. 독서와 영화감상 등 무형의 취미를 즐기던 임씨가 ‘인형 홀릭’이 된 건 1년 전, 인형 뽑기 기계에서 인형 하나를 뽑게 되면서다.

임씨는 “인형수집이 유아적 소비라는 편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인형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소소한 기쁨을 얻었고 지금은 당당한 취미생활이 됐다”고 말했다.

◇ “눈치 볼 것 없다”...‘혼족’과 함께 크는 키덜트 시장

‘욜로(YOLO)’를 지향하는 ‘혼족’이 키덜트(Kidult)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 키덜트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다.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들을 뜻한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이다. 즉,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가치관을 지닌 2030세대가 혼자 지내는 외로움을 덜어내기 위한 해법으로 각종 캐릭터 상품과 인형 등을 소비하면서 ‘어른 장난감’이 새로운 유통가(家)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2일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연도별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혼자’에 대한 데이터가 전년 대비 37.9%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월별 ‘혼자’에 대한 언급량 추이를 보면 5월, 8월, 12월에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5월은 긴 연휴 탓에 감정적으로 외롭다는 반응이 다른 시기에 비해 많았다.

유통업계가 5월 들어 키덜트의 ‘지갑’을 노리는 것도 이 같은 통계와 무관치 않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상품기획자(MD)들은 5월처럼 연휴가 몰려있는 시기에 고독을 해소하기 위한 혼족들의 소비가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한 관계자는 “나홀로 생활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연휴를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혼족이 장난감이나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는 ‘핵심 키덜트 그룹’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 아트토이컬처 2016 전시 모습. (사진=아트토이컬처 홈페이지)
실제 최장 11일간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활용해 키덜트 집중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5층 특설행사장에서 오는 5일까지 키덜트의 ‘핫 아이템’인 드론 체험 및 판매행사를 연다. 조작이 쉬운 미니드론(CX-10D, 2만9900원)부터 중급자용 드론(X8SC, 12만9000원)까지 다양한 제품이 판매 대상이다. 쿠팡은 5월 황금연휴를 맞아 드론 및 레고 등을 최대 1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국내 최대 아트토이 행사인 ‘아트토이컬처 2017’도 오는 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행사에는 ‘어른 장난감’의 대명사인 스타워즈와 아트토이 작가들이 협업한 특별전시도 열린다. 키덜트족이 황금연휴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셈이다.

오상우 롯데멤버스 컨설팅부문장은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가정의 달인 5월에도 혼족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다”며 “앞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소비자 행동양식과 더불어 홀로 라이프를 즐기는 ‘나 홀로’ 유통 트렌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키덜트 산업, 욜로·혼족의 ‘욕구’ 먹고 자랄 것”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키덜트 시장 규모가 2014년 5000억원에서 매년 20%씩 성장해 2016년 1조원 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키덜트 시장의 ‘핵심 아이템’으로 꼽히는 드론과 피규어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21%, 127%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5월 연휴를 비롯해 특정시기에 국한된 키덜트 프로모션이 향후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과거에 비해 ‘하고 싶은 것’과 ‘즐기고 싶은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키덜트 시장 규모가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얘기다.

권동현 경기대 애니메이션영상학과 교수는 “키덜트는 1940년대부터 캐릭터 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핵심 산업수요가 된 지 오래”라며 “그런 면에서 국내시장에서 최근 일고 있는 키덜트 붐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욜로와 혼족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기본 욕구에 충실한 사람들이고 이들이 키덜트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기업이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더 확대하게 된다면 키덜트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군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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