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35.브렉시트 불똥?..최고급 아파트, 안 팔리네

  • 등록 2018-03-22 오전 6:00:00

    수정 2018-03-22 오전 6:00:00

공사 중인 런던 나인엘름스 지역(사진=이민정)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새로운 영국 주재 미국 대사관이 최근 문을 열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런던 템즈강 남서쪽 지역인 나인 엘름스(Nine Elms). 배터시 화력 발전소와 산업시설이 들어섰던 이 곳은 발전소가 문을 닫고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낙후 지역으로 뒤처지다가 19조원 규모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죠. 대체로 1층엔 오피스 등 상업시설, 위에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 고층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주상 복합 건물 가운데 하나인 엠버시 가든의 경우 건물 안에 거주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영화관과 수영장 등을 갖췄습니다. 물론 도어맨도 있고요.

부동산 에이전시에 물어보니 이곳의 약 13평정도의 1베드룸 아파트 한 달 렌트비가 주당 450파운드, 한 달 약 1800파운드(약 276만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영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국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2만8200파운드(약 4329만원), 한 달로 치면 약 360만원을 법니다.

단순히 계산해도 한 달에 360만원을 벌어 276만원의 월세를 내고 사는 것은 무리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일반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지은 것들이 아닙니다. 돈 많은 영국인, 또는 돈 많은 외국인들을 겨냥해 지은 아파트들이죠.

실제 엠버시가든 아파트에 집 구경을 하러 갔을 때 건물 로비에서 근처 마트인 ‘웨이트로즈’ 비닐 백을 든 중국인 커플, 중동인들을 마주쳤죠. 같이 갔던 부동산 에이전트도 “rich millennials(1980년~ 2000년대 사이에서 태어난 세대) 들의 관심이 많은 아파트”라고 소개 하더군요.

현재 나인 엘름스에서 짓고 있는 고층 빌딩 말고도 근처 지역인 배터시, 클래팜, 완즈워스 지역에 1689채의 고급 주택 및 아파트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배터시 화력발전소 역시 말레이시아 개발업체 주도로 재개발 중인데 이 부지에 들어서는 4239채의 아파트 가운데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월세를 내고 살 수 있는 곳은 약 9%인 386채에 불과합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대규모로 새로 개발되는 지역에 건설되는 주택의 35%가 일반인들이 렌트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주거공간이 돼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터시 화력발전소가 있는 완즈워스 의회가 럭셔리 아파트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개발 프로젝트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떠트린 말레이시아 개발업체의 손을 들어줘 허가를 내버렸죠.

런던이 일반인들이 살 수 있는 주거공간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급 아파트, 주택들은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기대와 예상대로 잘 팔리기는 할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부동산 데이터조사업체 몰리어런던에 따르면 작년 런던에서 1스퀘어피트(0.0929제곱미터, 0.0281평) 당 1500파운드 수준 이상의 럭셔리 아파트 매물 1900채 가운데 절반도 안되는 900채만 거래가 됐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 꼭대기 층에 자리잡은 매매가 5000만파운드 짜리 아파트 10채는 5년째 안 팔리고 있고요.

또한 1스퀘어피트당 1000~1500파운드 하는 런던 아파트 1만4000채가 주인을 못 찾고 있습니다. 영국 주거공간 평균 가격은 1스퀘어피트당 211파운드 정도인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비싼 곳들이지요. 몰리어런던은 현재 속도로 럭셔리 아파트가 팔리면 지금 매물로 나온 럭셔리 아파트를 다 팔기까지 적어도 3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럭셔리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요.

이처럼 럭셔리 아파트가 구매 열기가 식은 이유 중 하나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꼽힙니다. 결국은 해외 부자들의 런던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주택 2채 이상 보유 시 내는 취득세의 인상도 런던 부동산 구매 열기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투자자들에게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 등을 알선해 주는 ‘마이런던홈’의 스티븐 허드 최고경영자(CEO)는 럭셔리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 초기에 투자해 다 지어질 때쯤 값을 올려 아파트를 팔아 수익을 올리려고 했던 투자자들이 런던 부동산 전반에 대한 구매 열기가 식은 탓에 아파트가 안팔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체 사빌스에 따르면 전체 주택 수요의 58% 정도가 1스퀘어피트당 450파운드 수준인 집을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지어지는 집 가운데 약 25% 정도만이 이 가격 수준에 속하고 나머지는 이보다 비싸죠.

수많은 평범한 런더너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저렴한 렌트를 내고 살 수 있는 집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돈 많은 외국인 등을 상대로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너도나도 럭셔리 아파트를 지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들 아파트들이 정작 팔리지는 않으면서 개발 지역을 고스트타운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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