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골프)나쁜 사람들

  • 등록 2010-05-12 오전 7:40:58

    수정 2010-05-12 오전 7:40:58

[이데일리 김진영 칼럼니스트] 입문한 지 딱 일년 되던 날 100타를 깼지만 이후에도 쭈욱 100타 전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강 차장. 마음은 언제나 저 높은 싱글 고지에 있지만 몸이 아직도 100타 전선에 매어 있는 터라 늘 괴로워하고 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연구라는 연구는 다 한다. 회사를 마친 뒤 집에 돌아와서는 작은 방으로 직행, 마나님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은 물론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친 뒤 손을 씻다가도 거울 앞에서 빈 스윙을 해보며 이 완벽한 스윙으로 왜 100타 전선을 헤치고 나가지 못할까 고민한다.

라운드 전날은 이번에는 반드시!를 구호처럼 외치며 마음을 다지고 또 다진다. 그러나 돌아오며 내 뱉는 말은 항상 다음에는 꼭!이다. 100타 고지 탈출에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휴일 오후 늦게까지 자신만큼이나 골프를 좋아하는 마나님 혼자 독수공방 시킨 게 미안해 살살 걸음을 걷긴 했으나 오늘 어땠냐는 마나님 질문 한 마디에 곧 신바람 모드로 돌변했다.

오늘 대단히 큰 발견을 했지. 오늘까지는 샷이 그저 그랬지만 이제 다 죽었어. 골프의 기본을 완벽하게 터득했다고! 그런데 말이지, 사람들이 말이야 다 알고 있으면서 입 꾹 다물고 안 가르쳐 줬더라구, 참 그렇게들 살면 안 되는데….

무슨 말인지 가닥을 잡기가 힘겨운 마나님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강 차장 다시 신바람을 낸다.

골프라는 게 말이지, 어드레스와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 피니시 뭐 그렇게 구성이 되잖아. 다들 백스윙 톱이 어때야 되고 임팩트가 어때야 하고 피니시는 어떻고 하는데 말이지, 내가 계속 연구하고 스윙해보고 하니까 그냥 간단해.

뒤로 들어 올렸다가 내려 치는 거지. 그냥 들어올린 대로 내려서 치면 되는 거라고.
백 스윙 간 그 길대로 다운스윙을 해서 볼을 치면 되는 거라니까. 그러면 슬라이스 낼 일도 없고 볼이 그냥 쫘~악 날아 가…

그리고 또 하나.

공을 왼손으로 치라고 다들 그랬는데 그건 말도 안돼. 나 같은 오른손 잡이는 당연히 오른손으로 쳐야 공 힘이 더 실리지. 그 왼손으로 친다는 말에 홀려서 어떻게든 해보려다가 괜히 임팩트때 오른손을 놔 버리고 그랬단 말이야. 그렇게 손에 의식할 필요 없이 그냥 치면 되는 거더라고. 힘 좋은 오른 손으로 말이야.

그런데 그걸 안 가르쳐 주고 말이야. 다들 이제 죽었어…

가만 듣던 마나님이 입을 열었다. 그거 다 옛날에 나뿐 아니라 장 부장님이랑, 옆집 철이 아빠, 연습장 정 코치가 다 했던 말이야.

백 스윙 간대로 다운 스윙한다. 이건 스윙 길(Swing path)이 일정해야 된다는 말이잖아. 백 스윙 간대로 다운스윙이 온다는 그 말은 다운스윙이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드로 된다는 뜻이고 채를 던지듯이 치라는 말과도 같지. 다 똑 같은 말인데 그 말 들을 때는 당신이 못 알아먹었을 뿐이라고.

오른손으로 치라는 말도 그래. 처음 골프 배우는 사람들에게 왼손이 임팩트를 주도하게 하라는 말은 오른손을 과도하게 써서 클럽을 홱 돌려버리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말이지. 오른손 잡이가 힘 좋은 오른손을 두고 왜 왼손으로 공을 치냐고…. 궁극적으로 오른손 힘으로 임팩트해야 한다는 말은 나도 했거든요. 근데 그 말 할 때 당신은 먼저 들은 말, 그러니까 왼손으로 주도해 방향을 잡으라는 말에만 매달려서 그냥 흘려 버렸던 거지.

결국은 다 들었던 말이지만 그저 귀에 들어온 소리로 여겼을 뿐이라는 거였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바람에 제대로 해석도 못했을 수 있고, 아니면 단순 명료한 정보를 화려한 수식어와 골프용어로 포장해 알아듣기 힘들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마나님의 해설.

제일 중요한 것은 암만 많은 정보를 가져도 그걸 활용하지 못하면 완전 꽝이니까. 당신처럼 스스로 연습하면서 생각하고 궁리하는 게 좋지.

그런데 말이야. 다음에도 또 새벽부터 나갔다가 오후 늦게 들어와 밤까지 골프 이야기만 하면 가만 안 있을 줄 알아. 오케이?

그럼, 집에서는 가족이 제일 중요하지… 대답을 하면서도 다음 연습 때 또 어떤 비법이 번개처럼 머리 속에서 번쩍할지 궁금해지는 강 차장. 그는 골프에 미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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