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채권형이나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반면 최소 가입금액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부터 도입되는 ‘공모형 재간접펀드’가 양극화의 간극을 메워주는 구원투수가 되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국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67조원을 기록했다. 인사이트펀드 열풍으로 하루에 4조원씩 유입되며 2008년 134조원까지 불어났던 주식형 펀드는 어느새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71조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최소 가입금액 1억원 이상 투자자 49인 이하로 구성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는 지난 2011년 이후 5년여만에 5조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10월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올들어서만 시중자금을 2조원 가까이 빨아들이고 있다. 라임운용이나 디에스등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14%로 국내 주식형과는 대조적이다. 투자전략도 다양하다. 옵투스자산운용은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금을 운용하는 학내 벤처형태 운용사다. 호주 부동산시장에만 집중 투자하는 밀레니움인마크자산운용이나 넥센히어로즈가 미래에 받는 입장료 수입이나 광고권 등을 구조화하는 INJ자산운용 등도 있다. 이들은 코스피 지수와 같은 벤치마크(BM) 수익률이 따라가는 것이 아닌 롱숏이나 메자닌 등 다양한 헤지펀드 전략을 이용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물론 목표수익률이 클수록 변동성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공모 재간접 펀드가 지지부진한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회원서비스부문 전무는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제도개편 이후 약 40개의 사모펀드 전문운용사가 신설됐고 이들은 각기 톡톡 튀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일반 소액 투자자들에게까지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펀드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 재간접펀드로 펀드 시장의 양극화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ELS를 대체할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투자자 관심을 모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