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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손놓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 여의도로 가서 여러 투자자들을 만나기는 했는데 반응이 싸늘하기 그지 없네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인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합니다.”
최근 주가 급락 사태를 맞은 바이오기업들이 잇달아 여의도로 달려가고 있다. 급한 마음에 기관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갖고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과 경계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2주 사이(6월 24일~7월 5일)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시한 24곳의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11곳이 바이오기업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4위 헬릭스미스(084990)를 비롯해 제넥신(095700) 메지온(14041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티앤알바이오팹(246710) 등이 본사 또는 여의도에서 자신들의 연구개발 현황과 경영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바이오기업이 여의도를 찾아 소규모로 기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고 있는 에이치엘비의 임상3상 결과가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또다시 바이오주들의 주가에 충격파가 전해졌고, 지난주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계약 해지까지 겹치며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극도로 얼어붙었다. 바이오 붕괴론마저 형성되며 상당수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52주 최저가로 곤두박질쳤다.
해당 기업들은 급락하는 주가에 초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구개발비를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인 곳들이 많을 뿐더러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 출범과 함께 대량으로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상환청구기간도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전환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CB 투자자들의 조기 상환 청구가 들어올 수 있다. 주가가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면 신주를 발행해 지급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이 많은 곳은 급락한 주가로 인해 반대매매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렇다 보니 IR 담당자들은 좌불안석이다. 한 바이오기업 IR 담당 임원은 “일부 기업들의 개별 이슈인데도 바이오 기업 전체가 싸잡아 매도당하는 분위기”라며 “기관 투자자들을 만나 아무리 설명을 해도 쉽게 경계감을 낮추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투자자들을 만나도 날선 반응이 많다. 경영진의 요구에 등 떠밀리듯 여의도에서 IR을 가졌다는 한 담당자는 “투자자들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날선 질문들을 쏟아내는데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그게 화근이 돼 폭포수처럼 질타가 쏟아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이사가 IR을 진행한 직후 주가가 20% 이상 폭락한 메지온과 같은 상황도 지켜보다보니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주 막바지에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인보사의 재임상을 추진하겠다는 소식과 함께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이제 진바닥을 찍은 것 아니겠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악재가 겹치며 주가 하락 폭이 매우 컸던 만큼 이제 악재에 둔감해지고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며 “주가 급락으로 가격 매력이 커진 바이오주가 많아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