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장군은 왜 코끼리를 데리고 알프스 산을 넘었을까?[세 번째 수수께끼]

[편석준 칼럼]③아빠와 함께 풀어보는 수수께끼들-주기장(週企帳) 시리즈
  • 등록 2022-11-21 오전 6:26:27

    수정 2022-11-21 오후 5:52:25

편석준 작가
이데일리는 IT적인 상상력을 키우는데 지혜를 주는 편석준 작가의 칼럼을 매주 월요일 연재하려 합니다. 그는 세상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기는데 전사 역할을 하게 될,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 방법은 많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기획적 사고를 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편 작가는 이데일리를 통해 <아빠와 함께 풀어보는 수수께끼들-주기장(週企帳)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 출처 : Heinrich Leutemann


상희 가족은 아빠, 엄마, 아들 상희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 회사 발령으로 엄마는 제주도에서 일 년 정도 일하게 되었다. 대신 아빠는 육아휴직을 내고 상희를 돌보기로 했다. 아빠는 일 년 동안 상희와 마음껏 놀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상희를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저 돈만 내고 걱정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노력했다고 자위하면서 이런저런 학원에만 보내면 될까?

아빠는 평소에도 “생각하는 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열 살이 된 아들에게 직접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주기장(週企帳)이었다. 일주일에 하나씩 ‘기획(企劃)’을 해보고 기록하는 공책이란 뜻이었다. ‘기획’이란 현실 위에 미래를 꿈꾸며 그리는 그림이었다. 생각이 먼저 있은 다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빠는 상희가 주기장을 처음 접해보기 때문에 의욕을 돋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기장을 작성해야 매주 용돈을 주기로 했고, 나중에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상희 이름으로 된 통장에 별도의 적립금도 입금해주기로 했다. 적립금은 일종의 보너스로 보너스 지급 여부와 금액은 아빠가 결정하기로 했다. 아빠와 상희는 본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서로 지장을 찍었다. 그리고 서두에 “주기장은 상희가 아빠에게 돈을 내고 배워야 정상이지만, 아직 상희의 나이가 어려 경제활동이 어렵고 혈연관계임을 감안해 특별히 무상으로 교육함을 밝힌다.”라고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기획’이란 말은 아이에게 어렵기 때문에, ‘수수께끼’란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빠는 두 번째 수수께끼가 너무 어려웠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희가 주기장에 대한 흥미를 잃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옛날 장군 이야기를 상희에게 들려주고 간단히 수수께끼를 내려고 생각 중이었다. 아빠는 서재 책장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책들이 두서없이 꽂아두는 바람에 책장들 앞에서 십 분이나 서성거리다가 마침내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찾았다!

아빠는 무릎 위에 상희를 눕히고 옆에는 삶은 땅콩이 가득 담긴 접시도 두었어요. 누워서 먹는 걸 엄마가 알면 큰일이지만, 아빠는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옆에 엄마가 있다면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열 번 되고, 그러다 평생 습관이 된다고!’라고 했을 테지만.

“상희야, 로마 알지? 옛날의 로마는 지금 미국보다 큰 제국이었어. 그런데 로마를 거의 무너뜨릴 뻔한 카르타고의 장군이 있었어. 카르타고는 지금의 북아프리카 쪽에 있었는데,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지.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로마로 건너가 로마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했어. 지금으로 치면 미국과 쿠바 정도의 거리일까? 물론 최종적으로는 로마가 이기고 카르타고란 나라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한니발 장군은 어떻게 로마를 거의 무너뜨릴 뻔했을까?”

상희는 주먹 가득 땅콩을 쥐고 오물오물 씹으며 아빠 입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빠는 속으로 외쳤어요. ‘오케이, 됐어!’ 아이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교육은 어떤 효과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아요.

“그 비밀은 빠른 속도로 로마 본토가 있는 이탈리아반도로 진격했다는 거야. 로마 사람들도 당연히 카르타고가 전쟁 준비를 하고 쳐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그 당시에도 나름 스파이가 많았고, 최선의 통신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을 테니.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쳐들어온 거야.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군하는 전격전을 펼쳐 유럽 전체를 당황하게 한 것처럼 말이야. 한니발 장군은 어떤 방법으로 빠르게 쳐들어갔을까? 상희야, 맞춰봐!”

“비행기를 타고 갔을까? 아, 그때는 비행기가 없었겠구나. 그럼 기구 같은 것을 타고 가지 않았을까요?”

“아, 좋은 생각이구나. 실제로 그런 비슷한 생각이 지금 드론의 시초가 되긴 했지. 하지만 그때 한니발 장군은 알프스 산맥을 넘은 거야. 이탈리아반도 북쭉 위로 알프스 산맥이 펼쳐져 있는데, 그 험한 산을 넘어서 로마로 진군한 거야. 정말 대범한 계획이었지.”

“아, 그럼 한니발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은 맨 처음 사람인가요?”

“그렇진 않아. 플루타르코스란 역사가가 쓴 『영웅전』의 <마리우스> 편을 보면 ‘적이 가까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알프스산맥을 넘어갔다’란 얘기가 나오거든.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산맥이 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긴요할 때 전략적으로 사용하던 작전이었던 거지.”

“응, 그럼 새로운 것도 아닌데 로마 사람도 예측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알프스산맥을 넘은 건 한니발 장군이 처음은 아니지만, 한니발 장군은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어. 한니발 장군의 목표는 예상보다 빠르게 로마로 진군하는 것이었고, 문제는 그 루트가 새롭지 않다는 거였어. 이런 현실 위에 한니발 장군은 새로운 생각, 그러니까 새로운 그림을 그려서 성공한 거야. 기획(企劃)이란 말은 주어진 현실 위에 새로운 생각을 그리고, 그리고 그린 그림대로 추진해 현실을 바꾸는 것을 말하거든. 한니발 장군의 기획은 세 가지 였어.”

● 겨울에 넘는다. 기존의 군대는 모두 여름에 알프스산맥을 넘었다

● 빠르게 넘기 위해 공성장비를 버리고 코끼리를 버리지 않고 데리고 간다

● 15일 안에 이탈리아반도로 진격한다. 이는 전에도 없던 속도였다.

“아마 참모진의 많은 반대에 부딪혔을 거야. 병사들도 두려움에 떨었을 테고. 하지만 한니발 장군은 전쟁의 승리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로마로 가야 하고, 비밀무기인 코끼리가 필수라고 생각했던 것이지. 새로운 그림을 뜻하는 기획은 원래 기존의 안정된 질서와 생각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거든. 물론 그 작전이 실패할 수도 있었을 거야. 한겨울의 알프스산맥을 수만 명의 병사가 빠르게 넘어야 하고, 더구나 눈과 겨울이 낯선 코끼리까지 데리고 갔어야 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 작전이 많은 분석과 고민 끝에 이른 결론이라면,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아빠, 근데 왜 코끼리를 데리고 갔을까요?”

■ 수수께끼 3 : 한니발 장군은 왜 코끼리를 데리고 알프스산맥을 넘었을까?

“아빠 생각엔 아마도 로마인들은 전쟁터의 코끼리를 무서워했던 것 같아. 왜냐하면 코끼리는 아프리카에 자랐고 로마인들은 평소에 볼 수 없었을 테니. 그 덩치도 덩치이지만 그 울음소리는 또 얼마나 무시무시했겠어. 실제 『영웅전』의 <피루스> 편을 보면, 에페이로스의 왕 피루스가 로마인과 싸울 때 코끼를 활용한 얘기가 나오거든.”

● 아스쿨룸 평원 전투에서 로마군 3,500~6,000명을 전사시켰다.

● 이 전투의 승리는 오직 코끼리들의 몸무게와 어마어마한 파괴력 때문에 얻은 것.아무리 로마군이라 해도 해일이나 지진처럼 몰려오는 코끼리들 앞에서는 도저히 용기를 낼 수 없었다.

“한니발 장군은 그런 걸 다 알고 있었나 봐요. 그래도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 멋진 기획을 세워, 세계 최강국 로마를 거의 무찌를 뻔했으니.”

“중요한 것은 한니발 장군이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을 연결하고, 기존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 새로운 작전을 만들었다는 것이지. 현실을 바꾸려면 먼저 주어진 현실을 면밀히 살펴 흩어져 있던 것을 연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마. 그리고 목적이 확고하고 고민 끝에 방법을 찾았다면 그다음에 제대로 실행을 한다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구. 자, 상희야. 아빠한테 오늘 들은 얘기를 주기장에 잘 정리하고 상희의 소감도 써야지. 그래야, 이번 주에도 용돈을 받을 수 있단 거 알지?”

편석준 작가는

아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연습을 돕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특허동화 『상상이상 미래세상』, 일반동화 『이제 내가 대장이야』 『토끼 손잡이와 여섯 손가락』을 출간했으며,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에세이 『너는 내일부터 치킨집 사장이다』, 인문교양서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소설 『10년 후의 일상』, 경제경영서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 실천과 상상력』, 『가상현실』, 『스타트업 코리아』, 『왜 지금 드론인가』, 『전기차 시대가 온다』 『4차산업혁명 IT트렌드 따라잡기』, 『미래의 직업전망』 등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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