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악천후 속 배달 강행…회사만 배불리는 꼴”
11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31일까지 라이더를 대상으로 ‘배달고수클럽’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배달건수, 날씨 포인트, 보너스 지역 포인트 등을 통해 포인트를 쌓으면 혜택을 주는 구조다. 등급에 따른 혜택은 △배(100만원) △달(40만원) △고(25만원) △수(10만원) 등 4단계로 나눈다.
문제는 이 혜택을 받으려면 라이더의 위험 운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배’ 등급을 받은 라이더는 프로모션 기간 중에 1600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배달 1건당 1포인트를 부여하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시 1600건의 배달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수치다. 일 기준으로는 72건을 배달해야 한다. 시간당 4건을 배달한다고 하더라도 18시간을 일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반드시 보너스 지역 포인트(1포인트)와 날씨포인트(우천·폭염시 건당 추가 2포인트)를 받아야 달성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라이더를 농락하는 프로모션’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실제 미션 달성을 위해서는 서울 강남, 서초, 마포, 종로구 등 10개 지역에서 배달을 해야 한다. 배민 입장에서는 프로모션을 위해 위 지역에 많은 라이더가 공급되기 때문에 이득이다. 또 미션 달성을 위해서는 라이더가 배달 거절이 힘든만큼 알뜰배달 요청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모션 달성을 위해 폭우나 폭염 등 악천후에서 배달을 해야하는 만큼 라이더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평상시라면 쉬어갈 타임이지만 미션 달성을 위해서는 배달을 강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에 대해 배민 라이더를 관리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이번 프로모션은 올해 여름 폭염·폭우 상황 등 궂은 날씨에도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를 위해 기획한 것”이라며 “타사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기상할증에 더해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천예보를 고려해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설계했다”며 “미션을 달성하지 않더라도 정비혜택 등으로 고정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노조)과 월 520건 배달시 지원금 21만5000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서울기준)을 체결한 것도 그 일환이다. 기본배달료 3000원은 올리지 않는 대신 연간 220일 이상 일한 사람 중에서 일정 건수 이상 배달을 하는 이른바 ‘충성 라이더’에 대한 혜택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높은 배달비로 배달을 외면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건당 배달수수료가 저렴한 알뜰배달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관악구를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 대부분 지역과 대전, 광주, 부산 등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 프로모션 달성을 위해서는 수익보다 건수가 중요한 만큼 알뜰배달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라이더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이번 프로모션 뿐만 아니라 폭우 지원물품 제공, 개인별 추가 프로모션, 우천상황 시 필요한 안전수칙 교육 등을 제공해 라이더들이 충분한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