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 엘도라도?”…에너지공기업, ‘칠레’로 가는 이유

한수원, KIND와 분산형 태양광 발전소 2곳 사업…남동발전, 이미 10곳 운영
동서발전, 대림에너지와 발전소 신설…정부도 칠레 국유지 개발 타당성 조사
해외 진출 통해 수익악화 타개책 모색…“장밋빛 전망 금물” 철저한 검증 필요
  • 등록 2020-09-10 오전 12:00:00

    수정 2020-09-10 오전 12: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국내 에너지 공기업이 칠레 태양광 발전 시장을 잇달아 노크하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칠레에서 태양광 사업에 착수했고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 등은 추가 발전소 건설을,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신규 사업을 위해 사업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이 칠레에 주목하는 이유는 뜨거운 햇볕과 긴 일조시간, 투자여건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산업의 침체, 석탄발전 비중 급감 등으로 매년 수익 악화가 심화하고 있어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기위한 차원도 있다. 다만 시장 자체가 아직 작은데다 현지 진출에 애로 사항도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남부발전의 칠레 산티아고 태양광 발전시설 모습(사진=남부발전)
◇칠레 태양광 시장 속속 진입


9일 발전업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함께 각각 절반씩 투자해 칠레에서 분산형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한수원은 칠레 중북부 산티아고 인근 과달루페와 마리아핀토 지역에서 각각 6.59㎿와 6.3㎿ 규모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칠레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내부 결정은 마쳤다”며 “계약 전에 사업성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칠레 테노(teno) 농장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참여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테노 농장은 우리 정부가 농업이민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1980년 칠레에 사들인 국유지다. 정부는 이곳을 활용하기 위해 사업 타당성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에너지공기업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칠레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펼치는 곳은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이다. 남동발전은 칠레에 2.6~9.7㎿급 태양광발전소 10곳(총설비용량 48.6㎿)을 운영·건설 중이다. 2단계로 100㎿급 사업을 계획 중으로 분산형 발전소로 추진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8㎿급 린코나타 태양광 발전소를 비롯해 8∼9㎿급 발전소 12개 등 총 105㎿ 규모 분산형 태양광 발전단지를 개발·건설할 계획이다.

칠레 정부는 전력시장을 100% 민영화했지만 설비 용량 10㎿급 이하 소규모발전사업자에 대해 별도의 법으로 우대한다. 전력판매사업자가 전기를 우선의무구매할 뿐 아니라 구매단가도 별도 가격을 적용해 수익성이 좋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이 태양광 설비용량을 10㎿ 이하로 낮춰 분산해 추진하는 이유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안정된 경제구조와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에 특별한 제약이 없는데다 사업에 성공하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더 큰 남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발전 관계자도 “하루 평균 일조시간이 한국보다 약 2배 많은 5~7시간 이상이어서 태양광 발전을 통해서 생산할 수 있는 발전량이 월등히 많다”고 설명했다.

칠레 태양광발전 사업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도 효과적이다. 온실가스 감축 사업 제도인 청정에너지개발체계(CDM)를 활용해 현지 온실가스 감축실적에 따른 배출권을 국내에 가져올 수 있다. 칠레에 진출한 에너지공기업은 CDM 등록을 위한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장밋빛 전망 금물”…철저한 검증과 준비 필요

다만 칠레 태양광 시장의 장밋빛 미래만 보고 진출하기에는 리스크도 크다. 김보영 코트라 칠레 산티아고 무역관은 “현지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진출한 국내 에너지공기업 담당자를 인터뷰한 결과 다양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건축·환경 인허가와 전력연계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각각 최소 1년에서 2년가량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무역관은 “게다가 모든 서류는 스페인어로 작성해야 하고 대부분 문서는 공증을 받아야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예상보다 비용과 시간을 더 많이 들여야 한다”며 “칠레의 태양광 발전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수한 시공 인력과 기자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 대부분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소 건설 단가가 한국보다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려 이익의 질 측면에서는 큰 효과를 거둬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 진출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도 “칠레 시장의 단점으로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와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고 있다”며 “칠레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한국 기업은 사전에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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