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등에도 물가만 유독 둔화, 왜?

[저물가 미스터리]②
1. '고령화 습격' 질낮은 일자리 급증
2. 금융위기 이후…기대인플레 약화
3. '아마존 효과' 더 저렴해진 공산품
  • 등록 2017-12-26 오전 6:00:00

    수정 2017-12-26 오전 11:38:18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통계청은 매달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대표적인 460개 품목 각각에 가중치를 둬 지수를 산정하는데, 그 오름 폭(전년 동기 대비)이 물가 상승률이 된다. 지난달(11월) 상승률은 1.3%에 그쳤다. 물가를 가장 눈여겨보는 한국은행의 목표치(2.0%)에 한참 못미친다. 수요 측면의 물가인 근원물가는 근 5년 만의 최저인 1.2%까지 하락했다. 멀게 느껴졌던 3% 성장률도 기정사실화한 마당에 왜 물가는 유독 오르지 않는 걸까.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낮은 건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줄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수요 부진이 저물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습격’ 질낮은 일자리 급증

이데일리가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전체 품목 중 특히 둔화하는 분야는 오락·문화다. 지난해 상승률은 1.8%였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2.4%까지 상승했으나, 2월 1.1%로 주춤하더니 그 이후로는 1% 벽이 버거워지고 있다. 급기야 4월부터 -0.4%→-0.1%→-0.6%→-1.1%→-1.4% 등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10월 들어 0.3%로 올랐지만, 지난달 다시 -0.9%까지 추락했다. 우리나라 오락·문화업은 사실상 디플레이션(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오락·문화업은 각종 취미활동 이용료가 주다. 수영장 스키장 헬스장 골프장 PC방 운동경기 영화 공연예술 등이다. 애완동물용품 원예용품 레저용품 서적 등도 여기에 속하고, 국내외 여행비도 포함된다. 박세령 한은 물가분석부장은 “오락·문화 물가가 하락하는 건 실질구매력 저하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 둔화한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고령화의 습격’을 주목할 만하다. 통계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취업한 60세 이상 고령자 중 상용근로자는 20.3%에 불과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33.1%)와 임시근로자(23.9%), 일용근로자(9.5%)는 60%를 넘겼다. 저임금 일자리는 수요 부진을 야기하고 있고, 공급 쪽에서도 가격을 낮추고 있다.

서비스업 전반의 물가 둔화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서비스업 물가 상승률은 1.8%에 그쳤다. 지난해 매달 2%를 넘기다가, 올해 들어 6월부터 1%대다.

서비스업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다만 그 중에서도 음식업 등에서 고령화 영향에 생산성 낮은 일자리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인건비 상승이 더딘 게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타상품·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목욕비 미용비 산후조리원이용료 등이 그 예다. 이 업종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였는데, 올해는 2%대에 그치고 있다. 음식·숙박업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상승률은 2.6%. 상대적으로 낮지는 않다. 하지만 한 당국자는 “소비자물가를 사실상 견인하는 건 음식·숙박업 같은 개인서비스업”이라면서 “2% 초중반대에서 생각보다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호조세로 인해 경기가 좋아보이지만, 내수 쪽인 서비스업은 그렇지 않다”면서 “서비스업은 노동생산성이 낮아 임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언제부터인가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낮아진 점도 물가 둔화에 한몫하고 있다. 국책연구원 출신 한 경제계 고위인사는 “기대인플레이션(각 경제 주체들의 향후 물가 전망)이 낮아지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아마존 효과’ 더 저렴해진 공산품

공급 측면의 이른바 ‘아마존 효과’도 저물가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서비스업과 더불어 공산품 물가는 0~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온라인 거래가 일상화한 때문이다. 공업제품 물가는 지난달 1.4%였다. 그나마 0%대에서 1%대로 최근 올라섰다. 지난 2년 상승률은 각각 -0.2%, -0.5%였다.

의류·신발 물가가 올해 내내 1% 초반대인 게 이런 현상을 방증하고 있다. 이 업종의 물가 상승률은 2014년만 해도 4.0%였으나, 2015년과 2016년 각각 1.3%와 1.8%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1.3%를 넘긴 달이 없다. 지난달 상승률은 1.1%에 불과했다. 옷과 신발 가격이 점점 싸지는 데다, 예전보다 많이 팔리지 않는 영향도 있어 보인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물가가 0~2%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기타상품·서비스 물가가 부진해지는 것도 아마존 효과가 그 기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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