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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통계청은 매달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대표적인 460개 품목 각각에 가중치를 둬 지수를 산정하는데, 그 오름 폭(전년 동기 대비)이 물가 상승률이 된다. 지난달(11월) 상승률은 1.3%에 그쳤다. 물가를 가장 눈여겨보는 한국은행의 목표치(2.0%)에 한참 못미친다. 수요 측면의 물가인 근원물가는 근 5년 만의 최저인 1.2%까지 하락했다. 멀게 느껴졌던 3% 성장률도 기정사실화한 마당에 왜 물가는 유독 오르지 않는 걸까.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낮은 건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줄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수요 부진이 저물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습격’ 질낮은 일자리 급증
이데일리가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전체 품목 중 특히 둔화하는 분야는 오락·문화다. 지난해 상승률은 1.8%였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2.4%까지 상승했으나, 2월 1.1%로 주춤하더니 그 이후로는 1% 벽이 버거워지고 있다. 급기야 4월부터 -0.4%→-0.1%→-0.6%→-1.1%→-1.4% 등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10월 들어 0.3%로 올랐지만, 지난달 다시 -0.9%까지 추락했다. 우리나라 오락·문화업은 사실상 디플레이션(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고령화의 습격’을 주목할 만하다. 통계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취업한 60세 이상 고령자 중 상용근로자는 20.3%에 불과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33.1%)와 임시근로자(23.9%), 일용근로자(9.5%)는 60%를 넘겼다. 저임금 일자리는 수요 부진을 야기하고 있고, 공급 쪽에서도 가격을 낮추고 있다.
서비스업 전반의 물가 둔화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서비스업 물가 상승률은 1.8%에 그쳤다. 지난해 매달 2%를 넘기다가, 올해 들어 6월부터 1%대다.
서비스업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다만 그 중에서도 음식업 등에서 고령화 영향에 생산성 낮은 일자리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인건비 상승이 더딘 게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타상품·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목욕비 미용비 산후조리원이용료 등이 그 예다. 이 업종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였는데, 올해는 2%대에 그치고 있다. 음식·숙박업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상승률은 2.6%. 상대적으로 낮지는 않다. 하지만 한 당국자는 “소비자물가를 사실상 견인하는 건 음식·숙박업 같은 개인서비스업”이라면서 “2% 초중반대에서 생각보다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호조세로 인해 경기가 좋아보이지만, 내수 쪽인 서비스업은 그렇지 않다”면서 “서비스업은 노동생산성이 낮아 임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효과’ 더 저렴해진 공산품
공급 측면의 이른바 ‘아마존 효과’도 저물가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서비스업과 더불어 공산품 물가는 0~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온라인 거래가 일상화한 때문이다. 공업제품 물가는 지난달 1.4%였다. 그나마 0%대에서 1%대로 최근 올라섰다. 지난 2년 상승률은 각각 -0.2%, -0.5%였다.
의류·신발 물가가 올해 내내 1% 초반대인 게 이런 현상을 방증하고 있다. 이 업종의 물가 상승률은 2014년만 해도 4.0%였으나, 2015년과 2016년 각각 1.3%와 1.8%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1.3%를 넘긴 달이 없다. 지난달 상승률은 1.1%에 불과했다. 옷과 신발 가격이 점점 싸지는 데다, 예전보다 많이 팔리지 않는 영향도 있어 보인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물가가 0~2%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기타상품·서비스 물가가 부진해지는 것도 아마존 효과가 그 기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