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박근혜 정권을 기점으로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잘살게 해줄 거라고 믿었던 국민은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가 재벌과 정치권력, 메이저언론이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이미 미국에선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장의 실패를 맛본 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하지만 촛불집회 전까지 한국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책은 과도기에 놓인 한국인을 위한 ‘계몽도서’라고 할 수 있다. 1947년 ‘계몽의 변증법’부터 2016년 ‘제4차 산업혁명’까지 40권의 고전을 소개한다. 단순하게 서평을 묶은 것처럼 보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신자유주의 시대는 끝났어’라고 외치는 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예컨대 신자유주의 이론을 정립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법, 입법 그리고 자유’(1973)를 소개한 뒤 신자본주의의 불평등·자본세습을 지적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2013)을 보여줌으로써 “더 이상 신자유주의가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는 어떤 사상이 필요할까. 저자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회의감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역설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 가야 할 길을 함께 모색하고 싶다”며 이제 그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