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대피소로 지어진 서울 지하도상가.. 이제 생존권 문제로 비화

서울 지하도상가의 역사
유사시 대피시설, 빈공간 상가로 개발
민간서 개발해 기부채납, 96년 서울시 품에
상인간 권리금 거래 관행상 이어져
  • 등록 2018-08-16 오전 6:20:02

    수정 2018-08-16 오전 6:20:02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지하도상가의 역사는 지하철이 처음 개통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사시 시민들의 대피시설로 이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역사 지하통로에는 자연스레 빈 공간이 생겼다. 이런 도로 하부의 통로 공간을 민간 개발업체가 개발, 상인들을 끌어모아 장기간 운영한 후 서울시에 되돌려 주는 기부채납(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사유 재산을 받는 것)하는 형태로 운영해 왔다.

지난 1996년에는 민간 개발업체가 지하상가를 모두 반환하자 서울시는 2년 뒤인 1998년 임차권 양수·양도(상인끼리 임차권을 사고 파는 것)를 허용하는 내용의 지하상가 관리 조례를 제정·시행했다. 이후 20여년간 지하도상가에서는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가들의 전대(재임대)가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이지만 권리금도 오갔고, 서울시도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서울시가 돌연 입장을 확 바꿨다. 상가 임차권 양수·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이후 약 1년 뒤인 지난 6월 29일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 지난달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가 앞으로 계약 기간이 남은 상가는 임차권 양수·양도는 물론 권리금 거래가 일체 금지됐다. 이번 조치를 받게 되는 서울의 지하도상가는 8월 현재 25곳, 총 2788개 점포다.

이번 조례 개정 이후 상인들은 계약 기간 내 장사를 그만두더라도 임차권을 팔 수 없게 됐다. 빈 점포는 서울시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과거 수억원의 권리금을 내고 입점한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을지로입구 지하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 초 권리금 2억원을 주고 입점했는데 이후 몇개월 만에 갑자기 서울시가 임차권 거래를 전면 금지한다고 했다”며 “최근 장사도 잘 안돼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인데 권리금마저 받을 기회가 사라져 막막하다”고 억울해 했다.

문제는 유동인구가 줄어 영업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고 싶어도 닫을 수 없는 점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계약 기간 5년을 채우지 않고 장사를 그만두려면 서울시에 위약금을 내고 계약 해지를 해야 한다.

일부 상인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과거 상가 임차권 양수도가 허용됐을 당시에도 권리금 거래 자체는 불법이었는데 이를 관행상 인정하고, 조례 개정 이후로는 ‘불법 전대(轉貸)’로 규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임차권 양수·양도를 심사하는 서울시설공단 심의회가 28회 열리는 동안 권리금 거래를 적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계혁센터 팀장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도 임차인의 계약 갱신 청구권 행사기간이 5년으로 규정돼 있는데 서울시가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후 1년여 만에 상가 양수도를 금지한 것은 너무 가혹해 보인다”며 “최근 2~3년 내 입점한 상인들에게는 한 차례 양수·양도를 허용하는 등의 ‘엑시트(EXIT)’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도로환경개선과 관계자는 “서울시 소유인 지하도상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건립할 당시부터 상가 임대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가법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상가는)애초에 공유 재산으로 매매대상이 아니였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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