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에서 영국 대표의 질문에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즉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한다. 이용우 한국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이 말하는 우리나라가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화에 첫 삽을 뜬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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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기업가인 이 이사장은 1978년 서울청년회의소 활동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소년 선도위원 △법무부 법질서위원회 협의회 대표 △서울 한가람 로타리 회장 △법무부 보호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2005년 정부의 범죄피해자보호법 제정과 함께 이 이사장은 범죄피해자센터 설립 선봉에 섰다. 2008년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이사장과 더불어 새계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우리나라 범죄 피해자들의 ‘대부’를 자처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매년 약 250만건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10%는 살인·강도·강간·방화·성폭력·유괴 등 강력 사건이다. 이 이사장은 범죄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헤아리면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이 범죄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센터 설립에 나선 이 이사장은 당장 기금을 마련할 길부터 막막했다. 관련 법·제도가 잘 갖춰진 선진국들과 다르게 우리나라 법엔 범죄 피해자 관련 항목 자체가 없고 국민적 인식도 떨어진 탓이다. 해외 방방곡곡을 돌며 노하우를 배우던 이 이사장은 캐나다에서 해법을 찾았다.
이 이사장의 구상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공청회에서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어렵게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틀었고, 큰 충격을 받은 의원들은 법안을 긴급 통과시켰다. 현재 우리나라는 벌칙금의 8%를 피해자 지원 기금으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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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범죄의 타깃이 된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치료비와 장례비를 내지 못해 집을 팔고, 직장을 잃고, 가족이 해체되고, 트라우마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직접 만나본 피해자들의 절규는 맨정신으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고 지원이 절실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 범죄 피해자들의 원상회복률은 과거 5%에서 현재 30%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앞으로 65%까지 끌어올리는 게 이 이사장의 목표다. 그는 “범죄 피해자들이 일상을 100% 원상회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상적 생활을 되찾게 하는 것은 사회의 중대한 책임”이라며 “이제 우리나라 지원 제도는 일본을 앞지르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다만 앞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나라는 여성가족부는 아동·성범죄, 교육부는 학교폭력, 법무부는 강력범죄 등 피해자 지원책이 부처별로 분산돼 체계적인 지원이 어렵고 피해자들 역시 번거로운 절차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며 “피해자 지원을 종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사건 초기에 실질적인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