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대에서 공동정부로..DJP연정, 미완의 역사
1997년 대선 직전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DJ) 총재는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DJP연합’에 합의했다. 김대중 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김종필 총재에게 초대 총리직을 맡기기로 약속한 것이다. 경제부처 임명권을 총리에게 몰아주고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 1명을 자민련 소속으로 하는 안도 포함됐다. 내각제 개헌도 하기로 했다. 총리의 권한을 대폭 보장하고 총리가 실권을 쥐도록 권력구조를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DJP연합이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두 사람이 뭉쳤기 때문이다. DJ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는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시절 민주화운동에 나선 야권세력이었다. JP는 5.16 군사쿠데타에 참여한데다 자민련은 군사정권 계승자인 노태우 정권 인사들이 주축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인 133석을 확보한 상태에서 내각제 개헌은 이뤄질 수 없었다. ‘집권 후 2년 내 내각제 개헌’ 약속에 더해 햇볕정책에 대한 DJ와 JP의 의견차이도 골이 깊었다. 결국 자민련이 2001년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DJP연합은 무너졌다.
현재 진행형인 남경필의 ‘대연정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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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P의 연정이 ‘대선승리’를 위한 선거연대·동맹이라면 남경필 경기지사의 ‘대연정실험’은 조금 더 순수한 개념의 연정이다. 다수의 득표로 당선된 지도자가 반대편 진영을 끌어안고 직책과 정책을 조정하고 나누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남 지사는 지난 2014년 7월 취임 직후 야당에 손을 내밀었다. 그는 선거 중 “당선되면 부지사직을 야당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의회가 여소야대가 되자 이 제안은 더욱 중요해졌다. 여야는 도지사 선거 당시 내놓은 정책 중 합의 가능한 내용을 추려 연정 정책합의문을 만들었다.
남 지사는 대연정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조건으로 야당에게 총리와 내각구성권을 제안했다. 지역구도 타파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면이어서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권력도 나눴다. 남 지사는 부지사직을 야당에게 넘겨줬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이기우 전 의원이 사회통합부지사를 맡았다. 남 지사는 이 부지사에게 6개 산하기관장 인사추천권도 넘겨줬고 지금도 민주당이 추천한 강득구 전 도의회 의장이 부지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