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김이수에서 탁현민까지

  • 등록 2017-09-15 오전 6:00:00

    수정 2017-09-15 오전 6:29:03

이쯤이면 총체적인 ‘인사 난국’이라 불러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겠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의 임명 문제도 암초에 부딪쳤다. 문재인 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의 인사 골격을 거의 마무리해가는 단계에서 최대 역풍을 만난 것이다. 동시에 난관을 헤쳐갈 수 있는 소통·협치 능력을 저울질하는 시험대에 올랐음을 말해준다.

역대 헌재소장 후보자 가운데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사정이 간단하지는 않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고도 여태껏 표결이 미뤄져 왔다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만큼 여야 간에 견해 차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념적 편향성이 문제였다. 통진당 해산결정 당시 반대의견을 낸 사람이 새 정부의 첫 헌재소장으로 지명됐다는 것부터가 의아하게 여겨질 만했다.

인사 난맥상이 이번에 비로소 불거진 것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도중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사람이 벌써 여럿이다. 그때마다 ‘코드 인사’와 자질 문제가 논란을 빚었다. 각료로 임명된 사람들 중에서도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으로 눈총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이 차이점이다. 이미 거기서부터 새 정부의 소통 능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껏 높은 지지율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나무랄 바 없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어서는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탈(脫)원전 및 최저임금제 정책이 대표적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문제도 이미 곳곳에서 파열음을 나타내고 있다. 아무리 정책 방향이 옳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법이다. 이 과정에서 견제를 위해 야당이 필요하고, 그래서 또 협치가 필요한 이유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거취 문제가 주목되는 것도 그래서다. 여성 비하 논란으로 사퇴 압력을 받으면서도 계속 버틸 수 있는 게 그 혼자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현백 여성부장관조차 이 문제를 거론했다가 오히려 비난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오죽하면 헌재소장 인준 표결에 앞서 탁 행정관을 포함한 몇 사람의 사퇴를 조건으로 하는 ‘거래’가 오갔을까 싶다.

이낙연 국무총리조차 현 정부의 소통 미흡을 안타깝게 여긴다며 실토한 마당이다. 그런데도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청와대의 야당에 대한 비난은 거세기만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국민의당을 향해 성토를 쏟아냈다. 설마,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당연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리라 믿는다.

정치권의 인물 구도가 대선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문 대통령에 맞섰던 후보들이 다시 무대로 복귀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이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복귀 움직임을 내비치고 있다. 일단 승부는 가려졌지만 다시 겨뤄볼 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일까. 과거 대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 또는 2선으로 물러났던 모습과는 큰 차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문 대통령이 이들을 불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소통·협치가 못 미친 결과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책추진에 대한 의욕이 더 앞선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쳐서는 털어낼 것은 털고 가야 한다. 인준 부결된 헌재소장 문제로 더 논란을 빚을 필요가 없다. 이참에 탁 행정관의 거취 문제도 분명히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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