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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모바일 칩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통해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위기를 늘 기회로 만들어왔다.”
지난해 3월4일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제조업체인 퀄컴을 이끌어가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스티브 몰렌코프 CEO는 8일(현지시간) 취임 1년을 맞아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산업에서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겸양을 차리면서도 “앞으로 스마트폰시장에서 우리 지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업부문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사실 몰렌코프가 CEO를 맡았던 지난 1년은 퀄컴에게 시련의 한 해였다고 할 수도 있다.
이전 3년간 매년 두 배씩 늘어났던 퀄컴의 매출은 지난 회계연도에 전년대비 3%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 들었고 모바일 칩 시장도 매우 경쟁적으로 변한 탓이다. 지난 2월에는 중국 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반독점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9억7500만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합의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또 큰손 고객이던 삼성전자(005930)는 모바일 칩의 결함 문제를 거론하며 `갤럭시S6`에 퀄컴 칩 대신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하기도 했다.
몰렌코프 CEO는 “개인적으로 이 조직에서 전문적으로 성장했으며 어떤 위협이 있다고 느껴질 때 그 상황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꽤 단호한 편이며 우리는 늘 그런 위협을 기회로 만들어왔다”고 낙관했다.
일단 모바일 칩에서의 현금 창출을 당분간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퀄컴 칩을 사용하든, 하지 않든 휴대폰 업체들로부터 라이센싱 수수료로 지난 5년간 300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모든 스마트폰 판매단가의 5%에 이른다. 중국 당국에 거액의 합의금을 물기로 한 것도 일찌감치 악재를 털어내고 중국 휴대폰업체들이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로열티를 받아 내겠다는 계산이었다.
몰렌코프 CEO는 올해 하반기에 기존보다 향상된 자체 모바일 칩 프로세서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탑재를 거부한 `스냅드래곤 810` 모델은 잘 작동되고 있으며 우리는 하나 이상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며 삼성의 독자 칩 행보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퀄컴과 같은 ARM홀딩스의 주요 파트너사들이 그 기술로 만든 칩들이 태블릿PC와 개인용 컴퓨터(PC), 서버에서까지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만약 그런 전망이 맞아 떨어진다면 이것이 지난 30여년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 온 인텔의 종말을 고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그는 사물인터넷(IoT)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oT를 탑재한 스마트 기기와 전자제품은 오는 2018년까지 50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내년에는 휴대폰 판매량이 전세계적으로 15억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