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선점한 우리銀..이광구 행장의 뚝심

  • 등록 2015-09-15 오전 6:00:00

    수정 2015-09-16 오후 2:23:1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하자마자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 전담조직인 ‘핀테크 사업부’를 만들었다. 핀테크(fintech)의 철자가 ‘P’인지 ‘F’인지도 헷갈렸을 정도로 용어조차 생소할 때였다. 핀테크 사업부로 발령난 직원들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던 시절, 이 행장의 주문은 간단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핀테크 기업을 가장 많이 알아라. 그리고 융합하라”는 것.

우리은행의 핀테크 사업은 이 행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영선반보(領先半步·성공하려면 항상 반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의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반걸음 앞선 전략은 핀테크사업부가 만들어진지 반년 만에 국내 최초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 ‘우리삼성페이’ 등으로 빛을 보게 됐다.

이광구의 뚝심..‘국내 최초·독점’이란 수식어 휩쓸어

우리은행은 1월부터 삼성페이가 출시된다는 소식에 삼성전자를 찾아 사업을 제안했다. 핀테크 사업부가 만들어진지 불과 채 한 달도 안 됐을 때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카드사와 제휴를 맺기도 바쁘다며 우리은행 측 제안에 손사래를 쳤다. 우리은행은 그러나 삼성페이가 대중적이고 편리하지만 애플페이와 비교했을 때 특이점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삼성페이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자사의 금융서비스를 삼성페이에 넣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몇몇 은행에서도 삼성페이에 제안했지만 우리처럼 적극적으로 제안한 곳은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7개월여 간의 노력 끝에 지난 달 20일 출시된 우리삼성페이는 삼성페이에 별도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없어도 가맹점 결제와 ATM 출금이 가능한 서비스로 삼성페이가 가능한 스마트폰과 우리은행 통장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더구나 내년 4월까지는 우리은행이 맺은 독점 계약이다.

사실 우리삼성페이는 우리은행으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ATM시스템을 고치는 데 대략 20억원이라는 자금이 소요된다. 그 뒤에는 이 행장의 뚝심이 있었다. 이 행장은 부행장 시절부터 ‘삼성 스마트폰에 우리은행이 뭐 할 수 있는 게 없을까’란 얘기를 자주했었다. 그는 몇 년 전 금융평론가 브렛 킹의 저서 `뱅크 2.0`, `뱅크 3.0` 책을 읽으며 은행의 오프라인이 없어진다는 것에 큰 영감을 얻었단 후문이다.

국내 최초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 역시 우리은행 핀테크의 핵심사업이다. 위비뱅크는 위비 모바일 대출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점하며 이름을 알렸다. 비(非)대면으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리스크가 컸지만 SGI서울보증과 협약을 맺은 게 특효약이 됐다. 타행 공인인증서를 허용하고 우리은행 계좌가 없어도 대출이 가능하게 된 배경이다. 출시 석 달여만에 7000여건, 280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위비뱅크는 우리은행을 상징하는 파란색 꿀벌 캐릭터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까지 만들며 모바일 전문은행 특유의 전략을 갖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진출도 노리고 있다.

하반기 내 자동차 등 동산 담보 대출 출시

우리은행은 하반기 내에 자동차 등 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핀테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KT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분당, 인천공항 등 10개 지점에서 ‘우리 비콘 서비스(영업점 방문 고객에게 스마트폰으로 상품 및 이벤트 안내)’를 시작한 데 이은 2탄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동차나 소 등 움직이는 물건에 비콘 단말기를 부착해 위치추덕을 통해 담보물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대출을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핀테크 늘품터` 등을 통해 스타트업(start-up)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업무 제휴를 맺어 핀테크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사기피해 방지 솔루션 기업 더 치트(The Cheat)와 손을 잡고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핀테크 사업부에는 총 25명의 직원들이 있지만, 전략기획부나 마케팅, 자회사인 우리카드 등에 있다가 온 직원들이 많다. 따지고 보면 핀테크와는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고영수 핀테크 사업부장은 “핀테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오히려 무지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며 “핀테크를 간편 결제라고 생각하는데 은행이 거의 없는 아프리카에선 2G폰을 갖고 핀테크를 한다. 핀테크가 발전되기 위해선 그 나라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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