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 자살공화국…'베르테르' 효과 우려된다

LH 사태에 민심 폭발..소속 간부 2명 잇달아 사망
성소수자 차별·혐오에 변희수 전 하사 극단적 선택
'베르테르 효과' 이어질라…"자살 예방 지원 절실"
  • 등록 2021-03-17 오전 6:10:00

    수정 2021-03-17 오전 6:10: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을 둘러싸고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연이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자살률 1위라는 ‘자살공화국’ 오명을 쓴 우리 사회에서 잇단 극단적 선택이 또 다른 극단적 선택을 낳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부금 유용’ 정의연 이어 ‘땅 투기’ LH까지…잇단 의혹 속 사망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사태가 불거진 후 LH 소속 직원 2명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14일 경기 파주 농지에 있는 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LH 파주사업본부 소속 간부인 A(5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12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LH 전북본부장인 B(5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께 죄송하다”는 내용을 남겼다.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진 가운데 사망한 LH 소속 간부들은 경찰 수사는 받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에 지난 11일 첩보가 접수된 땅 투기 대상이었다. 다만 내사에 착수한 상태는 아니라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B씨도 경찰 수사 대상은 아니었다. 원인을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LH ‘땅 투기’ 의혹에 강한 질타가 이어지자 심리적 압박에 못 견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유용’ 의혹 사태 때도 심리적 압박에 의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소장인 C(60)씨는 작년 6월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정의연은 부고 성명을 통해 “고인이 검찰의 급작스런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인을 조사한 적도, 출석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故 변희수 하사를 함께 기억하는 추모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고인을 기리며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별·혐오 탓에 극단적 선택…‘사회적 타살’ 우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군에서 강제 전역 조치를 받은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도 큰 충격을 줬다. 그는 지난 3일 충북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육군은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전 하사에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성전환 수술 탓에 강제 전역한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근절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트렌스젠더 군 복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낡고 반인권적인 사고에 갇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며 “누구나 차별 없이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연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잇달아 극단적 선택 소식이 들리며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는 모방 자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유명 연예인 1명이 사망했을 때 약 2개월간 평균 607명이 모방 자살을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2008년 배우 고(故) 최진실씨가 숨졌을 때는 두 달간 무려 1008명이 죽음의 길을 동행했다. 한국생명의전화 측은 연예인의 죽음 이후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상담 건수가 확연히 증가하고, 상담 중 해당 연예인을 언급하는 내용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자 수)이 가장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자살 사망자수는 1만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이 목숨을 끊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6.9로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11.3)을 크게 웃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측은 “통계청 사망 원인 중 ‘고의적 자해(자살)’는 지난 30년간 사라진 적이 없으며, 심지어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7년째 사망 원인 5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체면과 눈치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 때문에 자살률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안순태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한 사람의 지위와 위신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회에서 그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숨기게 되는 문화적 특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자살이라는 문제의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 외엔 방법이 없다”며 “자살 행동 자체를 막는 응급조치적 접근과 자살에 이르게 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포괄적 접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웃으며 시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