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천국` 중국, 세계 예술시장 넘본다

전문화, 대형화 통해 복제예술품 대량 생산국 부상
  • 등록 2005-07-18 오전 8:53:58

    수정 2005-07-18 오전 8:53:58

[edaily 김경인기자] 중국 선전에 거주하는 장 리빙(26세). 그녀는 네델란드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가 생전에 그렸던 것 보다 더 많이 고흐의 작품들을 그려냈다. 그림으로 꽉 찬 낡은 다락방에서 그녀가 그려낸 고흐의 작품은 총 2만개다. 한 블록 아래 또 다른 3층 다락방에 사는 예 샤오둥(25세). 그녀는 빨강색과 흰 색 꽃들로만 이뤄진 정물화를 약 200장 가량 그렸다. 각기 조금씩 다른 그림이지만, 대상은 모두 빨갛고 흰 꽃들로 동일하다. `메이드 인 차이나` 서양 유화들의 범람이 예사롭지 않다. 낮은 인건비와 뜨거운 수출욕(慾)으로 수많은 산업의 지형도를 바꿨던 중국이 이번엔 예술의 세계에 깊숙히 발을 들여놓고 있다. 중국은 최근 예술 대학을 급속히 확장했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예술을 전공한 대학 졸업생은 총 2만31명으로 전년 대비 59% 급증했다. 매년 `기술`을 갖춘 수 만명의 예비 예술가들이 학업을 마치고 시장에 나선다. 싼 값에라도 기꺼이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로 무장된 이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뉴욕타임스(NYT)는 값싼 인건비와 풍부한 전문인력, 솜씨좋은 손재주로 세계 미술시장을 넘보는 `메이드 인 차이나` 예술품들의 세계시장 공략기를 소개했다. 천 이페이, 자오 우지, 우 관쭝과 같은 중국 현대 미술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유명 예술가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 이들의 제품은 한 점당 수십만 혹은 수 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명품으로 거래된다. 그러나 중국이 본격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장은 이런 고급 예술품이 아닌, 개당 500달러를 밑도는 소매 미술 시장이다. 수 많은 이름없는 화가들이 쏟아내는 저가의 예술품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 데이타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그림 수입은 1996년과 2004년 사이에 세 배로 폭증해 지난해 3050만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의 대량 구매를 합산한 수치로, 소매 매출을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몇 배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産) 유화의 주 고객은 플로리다의 콘도들과 미국, 유럽의 레스토랑 및 호텔들. 피어1와 베드, 베스 & 비욘드 등의 소매업체들은 인터넷 사이트 오일페인팅닷컴(oilpainting.com)을 통해 중국산 유화를 대거 수입하고 있다. 서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중국산 그림들은 서양 시장에서 베스트 셀러인 유럽식 풍경들이다. 오일페인팅닷컴의 모스 벤 헤룻 사장은 "중국 화가들은 생전 본 적 없는 베니스나 파리, 지중해 등 유럽 풍경을 주로 그린다"고 말한다. 중국산 유화의 또다른 특징은 전문화와 대량생산이다. 영국 도매상인 지가노프 그룹의 아드리안 골드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올 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캔톤 무역 전람회에 참석, 한 부스에서 40피트 컨테이너 6채에 달하는 미술품을 주문했다. 그는 개당 프레임을 포함해 25~30달러에 미술품을 구매했으며 여기에 개당 1달러씩의 운반비를 추가로 소비한다. 이 제품들은 미국과 유럽의 가구 매장에 개당 35~40달러에 판매되며, 최종적으로 유럽과 미국 고객들은 각각 100~125달러, 최대 160달러에 매입하게 된다. 골드버그의 주문을 받은 왕 위안캉은 10명의 디자이너와 300명의 화가, 200명의 스탭을 거느리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그림을 그리면 화가들은 원본과 똑같은 카피본을 생산해 내고 스탭들은 프레임 작업을 한다. 차오저우 홍쟈 아츠 앤 크레프트 컴퍼니의 규모는 더 크다. 이 업체의 비키 륭 비즈니스 매니저는 회사가 2개 공장에 10명의 디자이너와 250명의 화가, 500명의 프레임 및 어시스턴트 스탭을 거느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규모 업체들은 전문화 및 분업이 가능하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 생산에 적용했던 것 처럼 나무, 하늘, 꽃 등에 특화된 화가들이 각각 자신의 분야를 담당한다. 업체들은 이같은 분업이 작품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생산을 늘리고 비용은 줄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예술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중국 예술의 독창성이란 것이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특히 범람하는 예술품 복제에 대한 저작권 이슈를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중국 수출상들은 "유명 제품을 카피하더라도 핸드 메이드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모든 사람들이 모조품이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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