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만 강조한 조례, 고치려면…교육부, 예시안 제시

“학생인권 과도하게 강조한 조례 개정 시 참고를”
학생은 ‘교권·학습권 존중, 침해 금지 책임’ 규정
학부모에겐 ‘교원·학교의 판단 존중할 책임’ 명시
  • 등록 2023-11-29 오전 6:00:00

    수정 2023-11-29 오전 6: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 학생 인권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정비할 때 참고하라는 취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및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 보편적 인권을 나열하고 있고 학생 권리는 과도하게 강조한 반면 권리에 따른 책임은 경시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조례 예시안을 마련해 각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고 29일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교육청이 2010년 도입한 뒤 확산, 현재 서울·인천 등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 보장 △휴식권 보장 등을 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생활 보장이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헌법적 수준에서 보장해야 할 가치를 조례에 포괄적으로 담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수업에 방해되는 핸드폰을 압수할 경우 ‘사생활 보장’을 침해하게 되고, 이는 아동학대 신고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7월 실시한 교원 설문조사에선 83.1%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추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특히 교육부가 지난 8월 연이어 발표한 학생생활지도 고시와 교권회복 종합방안 등은 기존의 학생인권조례와 상충하는 측면이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시도교육청에선 조례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조례 개정 과정에서 참고가 되도록 이번 예시안을 마련했다.

조례 예시안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육감·학교장·교사·학부모 등의 권리와 책임을 균형있게 규정한 게 특징이다. 또한 학교 구성원 간 갈등·민원이 발생했을 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담고 있다.

예컨대 학교장의 책무에 대해선 “학교 내에 민원대응팀을 운영해 교사가 직접 민원을 응대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학교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학생이 지켜야 할 책임도 담았다. 교원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 등 ‘모든 학교 구성원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를 침해하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된 학생생활지도 고시에 대해서도 ‘학교에서의 생활지도를 존중하고 따라야 할 책임’이 학생에게 있다고 규정했다.

교원에 대해서도 ‘공식 창구 이외의 민원 응대를 거부할 수 있다’ 등의 권리와 함께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학부모에 대해서는 ‘자녀의 학교생활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반면에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조례 예시안을 참고, 각 시도교육청이 지역 여건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거나 학교 구성원 모두의 권리·책임을 담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교사·학부모의 권리는 존중받고 균형 있게 보장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학교 구성원이 상호 존중·배려하는 학교 문화가 조성돼야 공교육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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