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1.9평에 갇힌 삼성’이란 6편에 걸친 기획 기사를 마무리하면서 각계 전문가들에게 삼성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각종 규제 해소·정경유착 사전 예방 시스템 필요
전문가들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금산 분리로 인해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삼성생명을 소유할 수 없는 등 온갖 규제가 오히려 건강한 지배구조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법 개정안도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올바른 삼성 지배 구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냉정하고 건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삼성이 기존 사업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흔들림없이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국에서 삼성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이 별로 없지만 ‘갤럭시 S8’ 출시와 하만 인수 등 기존 작업을 잘 마무리 해 ‘삼성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한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등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뿌리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사전예방)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우리나라도 정권 차원에서 부당한 요구가 왔을 때 이를 거를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어야 글로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며 “오너 경영은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고 결국 투명성이 문제가 된 것이기 때문에 삼성이 역할이 불분명한 미전실을 해체하고 나면 경영 투명성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회 전반에 퍼진 반(反)삼성 기조도 삼성이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거론했다. 그는 “반삼성 기조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삼성이 글로벌 넘버원 기업답게 국민 눈높이에 맞춰 맞춘 윤리경영과 준법 감시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수평적 조직 전환·이사회 책임 및 권한 강화
전상길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외 환경은 4차 산업혁명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국내 대표 전자 업체인 삼성은 1인 오너 경영 체제 속에서 변화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왔다”며 “이번 시련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수평적인 리더십 등을 이뤄낸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집단 지성의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삼성이 오너 경영 체제를 완화하고 전문경영인인 각 사장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오너 체제에선 사장도 회장에게 자기 의견을 낼 수가 없는데 사장이 직접 책임경영에 나서고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에서 하도록 해야한다”며 “정부가 아무리 오너에게 청탁과 압력을 넣더라도 자기 권한이 없고 이사회가 힘을 키운다면 견제와 감시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삼성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삼성은 현재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과도기 상황이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지 말고 삼성전자 등기이사로서 책임을 가지고 결정한 뒤 각 계열사 이사회가 이를 공식 의결하는 ‘듀얼 어프로치’가 필요하다”며 “각 계열사 이사회는 오너 결정에 대해 상세히 리뷰하고 그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법적 책임을 지고 승인 또는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경영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