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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유엔은 3월20일을 ‘세계 행복의 날’로 정하고 5년 전부터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기대 수명, 자유, 소득, 신뢰, 기부행위, 사회적 지지도 등의 조사 결과와 유엔 인권지수 등이 행복을 측정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GDP(국내총생산)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데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며, 행복감이란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그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적 토대라고 본 것이다. 지난 달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7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행복한 국가는 노르웨이였고, 한국은 10점 만점에 5.838점을 기록하여 비교대상 155개 국가 중 56위에 올랐다. 한국은 경제적 수준이 높은 것에 비해 행복감이 낮은 대표적 나라로 꼽혔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다니엘 튜더 저서)라는 책 제목은 한국사회에 대한 일반적 평가이며, 특히 개인적, 집단적, 세대를 불문하고 한국 여성들은 일찍이 체감해왔다. 여성 개인의 역량과 성취수준을 높이고 때로는 사회적 역군이 되고자 열심히 일해왔지만 여전히 독박육아와 기미혼을 불문하고 세대를 거쳐 지속되는 돌봄노동의 전담자 역할은 한국 여성들의 삶을 지치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출산파업의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마다 그래왔듯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크며 그러한 기대가 현실화되어 기쁨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또한 매우 크다. 특히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근원이 국민들의 낮은 행복감에 기인한다고 볼 때 그에 대한 해법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권 주자들이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겠으나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 달성수준이 보다 높아져야 한다는 명제에 대하여는 동의가 있는 듯 하다. 고용 및 돌봄, 인권,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한국사회 양성평등의 수준을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재원의 걱정만 없고 진정성 측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 어떤 것부터 선택해야 할지 현란할 정도의 다양한 약속 메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여성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해결이나 성평등사회 구현의 당위성을 부정한 정부는 없었지만 막상 사회 정책의 여러 아젠다를 국정과제화 하는 과정에서 젠더정책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곤 하였다. 정부의 정책이 실제로 힘을 갖고 추동해가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강화되어야 하지만 다른 아젠다에 밀려 항상 투입자원은 축소된 형태로 나타나거나 형식적인 모양새만 갖추는데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은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정책이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많은 남성 정책입안자의 의식저변에 아직도 깔려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