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아이가 장애판정 받던 날 엄마는 사표를 썼다

돌봄공백 탓 아이 장애판정시 맞벌이중 1명은 퇴사
장애인 돌봄 81.9%가 가족, 공공서비스 13.9% 그쳐
활동보조인제도 경증장애인 기피 탓 무용지물 전락
발달재활서비스바우처, 예산부족 탓 1년씩 대기도
  • 등록 2018-09-04 오전 6:30:00

    수정 2018-09-04 오전 6:30:00

일러스트=심재원(그림에다) 작가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치료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하고 싶은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요. 아이를 학교 보냈다가 치료기관 한군데만 다녀와도 하루가 다 가요. 우리 사회는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 같아요.”

정부가 맞벌이 부부 돌봄공백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장애 자녀를 둔 가정은 정책 수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정부 지원이 비장애 자녀를 둔 부부에 집중된데다 그나마 있는 지원도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곳곳이 구멍이다.

장애아 가정은 결국 돌봄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모 중 한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매달릴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장애아 가정의 돌봄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돌봄공백에 아이 장애판정 받으면 퇴사

장애 자녀를 둔 부부는 대부분 외벌이다. 특히 언어·물리치료 등을 통해 상태 호전이 가능한 발달장애 자녀 가정들이 그렇다. 아이 치료를 위해선 부모 중 한명이 아이를 전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엄마의 몫으로 남는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진아(36·가명)씨. 올해 다섯살인 이 씨의 아이는 하루 평균 두 개의 치료를 받는다. 이씨의 아이는 유독 소리에 민감해 버스나 지하철 안내방송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씨가 매일 운전해 아이를 태우고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이씨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치료센터가 있는 경우도 드물고 아이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떤 문제행동을 할 지 모르는데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 치료를 위해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시행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을 주로 돌보는 사람은 가족구성원이 81.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등 공적 돌봄서비스 인력이 주 도움 제공자인 비율은 13.9%에 불과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난 4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 촉구 결의집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장애자녀를 둔 부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기는 한다. 장애아 돌봄서비스와 활동보조인 제도가 대표적이다. 장애아 돌봄서비스는 만 18세 미만 1~3급 장애아 가정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다. 활동보조인 제도 역시 정기적으로 보조인력이 장애인을 찾아가 활동을 돕는다. 만 6세부터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두 제도 모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아이의 장애 등급이 높아야만 가능하다. 장애아 돌봄서비스는 소득수준이 전국가구 평균이하여야 한다.

시민단체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상근직으로 일하는 조경미(34)씨. 그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8세 아들을 키운다.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친정 어머니가 아이를 맡아서 돌보고 있어서 치료를 받기 위해 복지관을 오갈 때만 도와주면 된다. 문제는 이용 가능한 시간이 짧아 지원자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활동보조인은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연차나 주휴 수당을 받을 수 없어 조씨의 경우처럼 단시간만 사용하는 경우는 지원자를 찾기 힘들다. 지적장애 3급 아동 지원시간은 월 49시간으로 가장 짧다.

조씨는 “자녀 장애 등급이 낮은 부모는 나라에서 지원이 받더라도 돌봄공백을 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진 않다”면서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는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 장애아동 부모에겐 그림의 떡이다. 돌봄교실은 모든 프로그램이 비장애 아동을 전제로 짜여진다. 장애아동을 가르칠 수 있는 특수교사가 있는 곳은 당연히 없다.

조씨는 아이의 장애정도가 낮아 돌봄교실을 신청했지만 아이가 적응하지 못해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일반학교에도 특수학급이 있기는 하지만 수업이나 돌봄 서비스 등에서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고 했다.

장애아동 돌봄서비스 확충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제도로 ‘발달재활서비스바우처’가 있다. 만 18세 미만 장애아의 발달재활과 관련한 치료비를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 월 22만원까지 지원해준다.만 6세 미만 영유아의 경우 장애아동 등록 없이도 검사결과서나 의사소견서만으로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수요가 몰리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부족으로 수개월, 심할 경우 다음해까지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고 있는 김영아(가명·32)씨는 “치료비 충당이 힘들어 발달재활바우처서비스 신청을 하러 주민센터를 갔는데 예산이 동이 났다더라”면서 “연초에나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고 따로 대기 시스템도 없어 직접 수시로 확인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힘이 빠졌다”고 했다.

지원금액도 턱없이 부족하다. 바우처로 신청할 수 있는 1회 치료비는 4만원 수준이다. 일주일에 한번 치료가 가능한 정도다.

특히 장애아동을 돌보는 엄마들은 치료비 마련을 위해서라도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어 포기한다.

또다른 발달장애아동 엄마 최진영(가명·38)씨는 “일을 하고 싶어도 정부 지원만으로는 아이를 온전히 맡길 수 없는 구조”라면서 “파트타임으로라도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맡아줄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장애 아동은 물론 일을 원하는 장애 아동 부모를 위해서도 돌봄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석원 경기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은 “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야간근로 등 틈새 일자리여서 일자리의 질이 크게 낮다”며 “장애인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면 결국 일하는 부모가 늘어나게 되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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