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벤트리, 성기능 개선식품의 진실게임①

  • 등록 2002-10-19 오후 4:25:30

    수정 2002-10-19 오후 4:25:30

[edaily 이진우기자] 지난 8일 한 벤처기업은 자사가 발견한 천연물질이 임상시험에서 놀라운 성(性)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다음날 일간지 전면광고를 통해 비아그라와의 정면대결을 선포,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주가는 그 임상발표를 전후로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12일 이 업체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교수가 그 벤처기업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했고 자신은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양상으로 번졌다. 그 교수는 벤처기업이 천연 비아그라인양 선전한 물질이 단순한 "피로 회복제"에 불과하다고 주장, 벤처기업에 대한 의혹을 부풀렸다.

최근 제2의 비아그라 논란으로 화제를 뿌리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벤트리(37630)라는 코스닥 등록업체. 벤트리의 임상시험에 대해 진위 논란을 제기한 교수는 고려대 의대 비뇨기과 주임교수인 김제종 교수다.

이후 벤트리와 김 교수는 반박성명과 재반박, 2차 반박에 이은 또 다른 반박문을 연일 발표하며 극한 감정대립 양상으로 치달았다. 김제종 교수 측은 명의도용 논란에 이어 임상물질 바꿔치기 의혹, 위약효과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며 벤트리 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벤트리의 천연 비아그라 논란은 어떻게 시작된 일이며, 어느쪽의 말이 진실일까. 이 사건이 시작된 올해초부터 현재까지의 상황과 전망을 2회에 걸쳐 점검한다.

◆천연 "만병통치" 식품 VNP 등장

벤트리는 원래 바이오 기업이라기 보다는 자외선 경화도료 등 생활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였다. 방독면용 김서림 방지제를 개발, 증시에서는 전쟁 관련주로도 분류되던 기업이다.

벤트리가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대머리 치료용 기능성식품, 치매치료 보조제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부터다. 이후 벤트리는 대만에 1천만불 규모의 노화방지기능성 식품을 수출하기로 하는 등 촉망받는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때 벤트리는 자사가 선보인 "모바"라는 제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해조류에서 추출한 신물질인 다이카발계 노화 방지제를 주원료로 사용해 유해 산소종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혈류 개선 효과를 유도, 파괴된 조직에 필요한 영양소를 원활히 공급해 관절염,신경통 및 만성 피로 등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기능성 식품이다."

이 `해조류에서 추출한 신물질`의 이름이 바로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는 VNP다. 벤트리의 설명에 따르면 이 물질은 그야말로 만병통치 `식품`이다(벤트리는 VNP 함유제품을 약이 아닌 식품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으로 부른다).

이 때문에 벤트리의 제품은 약국이 아닌 인터넷이나 방문판매 등으로 판매되며 의사의 처방도 필요없다. 벤트리가 이 물질이 효과를 나타낸다고 주장하는 질병만 해도 탈모증, 고혈압, 신경통, 관절염, 각종 퇴행성질환, 피부주름, 심혈관 질환, 미백효과, 만성피로, 발기부전 등 10여 가지에 이른다.

이같은 VNP의 효능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부에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비꼬기도 했지만 회사 측은 "VNP가 기본적으로 혈류 개선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혈류 개선으로 증상이 좋아질 수 있는 상당수의 질병에 효과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벤트리는 증시의 관심권 밖에 자리잡은 "아웃사이더주"에 불과했다. 주가도 1천원대 후반에서 지루하게 오르내렸다.

VNP가 피부주름 개선효과도 있고 신경통에도 좋고 곧 제약사도 인수하고 중국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잇따라 발표했음에도 먼산만 바라보며 멀뚱거리던 벤트리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27일.

VNP를 주성분으로 성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1회용 드링크 다이엑스를 개발, 7월부터 국내외에 시판을 실시한다고 밝힌 날부터였다. 이날부터 벤트리의 주가는 수직상승을 거듭, 6월 26일 1510원이던 주가가 7월 18일 4620원에 이를 때까지 가파르게 솟아 올랐다.

◆임상 참여교수, "명의 도용당했다" 반발

그러나 이후 벤트리의 주가는 4600원대를 고점으로 주저앉기 시작, 1700원대까지 내려가며 다시 고개를 숙이는 듯 했다. 시판된 제품을 구매한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성기능 개선효과에 대한 논란이 번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수그러들던 벤트리의 주가가 다시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대 임상결과 발표를 앞둔 지난 4일부터다. 6일 임상결과에서 80% 이상의 성기능 개선 효능이 나타났다고 알려지면서 주가는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 다시 3700원대로 뛰어올랐다.

벤트리의 고려대 임상시험에 참여한 김제종 교수가 임상시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바로 이 시점. 김교수는 지난 8일 벤트리가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후배교수인 이정구 교수와 함께 임의로 임상시험 연구원으로 등록해 놓고 자신이 주도하지도 않은 임상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임상결과에 문제가 있어 굳이 기자회견을 하려면 내가 참여해서 설명하겠다고 했음에도 지방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기자회견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벤트리는 이에 대해 "임상시험 계약은 이정구 교수와 체결했으나 김제종 교수가 참여하겠다고 해서 함께 진행하게 된 것" 이라며 "임상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임상 결과를 직접 발표하겠다고 주장한 것과도 앞뒤가 안맞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벤트리 측은 김교수가 임상결과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김 교수가 비아그라의 제조사인 화이버 측과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끄럽지 않은 임상 발표 진행을 놓고 벤트리와 김교수 측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던 이 문제는 김교수가 다음날 벤트리의 반론에 대해 장문의 재반박문을 발표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재반박문에서 자신이 후배교수의 임상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임상시험 결과가 성기능에 효과가 있다고 결론짓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어 발표를 유보하라고 했음에도, 자신이 없는 사이에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일반인들을 속여서 주가를 올리려는 저의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이같은 임상시험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벤트리 측이 고려대병원의 지명도를 이용해서 제품을 선전하고 주가를 올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벤트리가 당초 VNP001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가 임상결과 발표 당일에는 VNP54로 고쳐 발표하는 등 바꿔치기 의혹이 있으며 위약효과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임상과정의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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