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앞으로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고 반세기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대사관을 개설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앞으로 여행 및 송금 제한 등의 조치 해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정상화 세부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이같은 전격적인 미국-쿠바 관계 정상화를 놓고 블룸버그통신은 그동안 쿠바의 핵심 후원국가였던 베네수엘라의 경제 혼란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한 해 수출액의 95%를 원유 수출로 충당하고 있는데, 최근 유가가 급락하자 경제는 크게 위축되고 물가는 치솟고 재정적자가 커지는 등 디폴트(채무 불이행) 직전까지 내몰려 있다.
크리스토퍼 사바티니 아메리카협회 정책담당 이사는 “베네수엘라가 경제적 재앙을 겪으면서 쿠바로서도 베네수엘라에만 목을 매고 있을 순 없었을 것”이라며 “하루 10만배럴이라는 원유 무상공급도 조만간 끊기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지난주 미국 의회가 베네수엘라 정부의 반정부 시위대 탄압과 같은 인권 침해를 이유로 베네수엘라 정부관료들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면서 여행을 제한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에 나선 것도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조치에도 쿠바 경제는 올해 전년대비 0.8%의 미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머물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2.2%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