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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홍 장관이 직접 나선 만큼 중기부 차원에서 강력히 밀어붙이면 금융위가 결국 한발 물러나 절충점을 찾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작심발언’ 홍 장관, 금융위 압박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설 연휴 직전 이데일리와 만나 “벤처캐피털이 BDC 운용사로 참여하면 금융기관 혁신에 도움이 되고 그간 시장에서 쌓아온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BDC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위에 적극적으로 건의와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DC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비상장기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코넥스 기업 등에 투자하는 특수목적회사(SPC)다. 조달한 자금의 70%는 기업, 나머지 30%는 국공채 상품에 투자한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은 한 개 기업에 투자하는 반면 BDC는 다수 기업에 분산투자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난해 11월 정부와 여당이 비상장사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올해 상반기에 BDC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VC 업계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BDC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만 운용할 수 있다. VC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창업투자회사고,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금융회사여서 BDC 운용이 불가능하다. 비상장기업과 코넥스 기업 투자를 주도했던 VC로서는 기존 시장을 빼앗기는 셈인 것이다.
중기부는 그동안에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BDC를 도입하는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VC를 운용주체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여러 제약이 남아 있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홍 장관의 발언 취지도) 스타트업 지원과 벤처투자 활성화 등을 위해 BDC를 도입하는 것이어서 VC의 참여는 당연하다”며 “별도의 진입규정을 두는 건 아니지만 모든 VC가 다 참여할 수도 없어 한국투자파트너스 규모의 VC가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식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민스러운 금융위, 절충점 찾을까
하지만 금융위가 계속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도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VC의 네트워크가 강력해 이들을 배제하고 BDC 투자사를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공동운용 방식 등의 절충안을 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BDC제도의 벤치마크 대상을 미국식 모델로 정했는데 법을 고치지 않는 한 현 상황에서 VC 참여는 불가능하다”며 “VC, 증권사, 운용사 등이 공동운용 방식(Co-GP)으로 참여하는 것도 절충안을 내놓고 양 부처가 협의해나가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법 개정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BDC는 ‘미국식 모델’로 주식과 채권 투자 이외에 대출을 통해 비상장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 따라서 자본시장법 개정 없이는 여신 기능이 없는 VC가 원천적으로 BDC를 운용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VC를 공동 운용사 형태로 참여시킬 경우 현 자본시장법 하에서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도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제 공동운용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아직 제도 준비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