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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심재헌 소장은 ‘마이크로바이옴’과 ‘프로바이오틱스’를 몇 번이고 강조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우리 신체 내 미생물 정보를 의미한다. 유전자 정보인 DNA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질병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고리로써 ‘제2의 게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DNA 지도가 완성되면 인간이 겪는 많은 질병을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남아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자뿐 아니라 후천적으로 체내 생기는 미생물도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심 소장은 보통 인간은 체내 세포보다 10배나 많은 균과 함께 생활하는 만큼 좋은 균과의 공생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균들이 만들어내는 대사 산물이나 면역에 작용하는 기능 등을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좋은 균이라는 의미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찾아내고, 또 이것을 상품화하기 위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균을 발견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표현하는 ‘맨땅에 헤딩하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1986년 연구소에 입사해 2014년부터 연구소를 책임지는 심 소장에게 약 30년 동안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새로운 유산균을 찾기 위해 병원이나 산후조리원 등을 돌아다니며 건강한 신생아의 분변을 수거했던 일을 꼽았다.
사람의 몸이나 발효유에서 나온 유산균이 인체에 들어갔을 때 더 좋은 기능을 할 수 있으며 정착률도 높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하지만 심 소장은 김치 등 식물체에서 발견된 균도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얼마든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이 연구소는 식물성 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노력을 통해 새로운 균을 발견했다고 해도 쉽게 제품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균을 자라게 한 후 하나씩 분리해 우리 몸에 유익한 유산균인지 판단한다.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잘 자라고 어떤 특성을 보유했는지를 확인한 후 균주 라이브러리에 보관한다. 기능이 있든 없든 우선 보관을 하는데, 이렇게 보관 중인 균주만 현재 약 4000개다. 이후 목적에 맞는 균을 선택해 동물 실험과 임상실험 등을 거치는데 균주 찾기부터 제품 적용까지는 통상 3~5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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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다양한 위장질환의 요인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유산균을 연구하고 있다. 피부 보습과 주름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유산균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받아 상품화를 준비 중이다.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낮춰주고 중성지방을 억제하는 균은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한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심 소장은 중·장기적인 목표가 건강한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영위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핵심은 역시 프로바이오틱스다. 유산균이 면역력부터 대사성 질환과 혈압, 콜레스테롤 등을 적당히 조절해 건강유지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내적인 건강뿐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아름답게 나이 들 수 있도록 노화와 관련한 연구도 장기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
심 소장은 “인체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계속 발굴해 내고 체내 수많은 미생물을 연구해 인과관계를 명확히 할 것”이라며 “프로바이오틱스가 인간의 장기적인 수명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건강사회 건설이라는 창립정신을 구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