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인사이트]소주 값 50원 인상의 나비효과

  • 등록 2015-12-12 오전 6:30:00

    수정 2015-12-26 오후 7:37:30

△박종국 객원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사회학, 통신공학(석사)을 공부했다. 한국정보통신(주)팀장, 현대그룹 그룹홍보실 부장, 오리온 홍보실 실장 역임.
[박종국 칼럼니스트] 정부는 빈병 자원 재활용 확대로 제조사의 원가를 절약할 수 있다며 내년 1월 21일부터 병값을 소주는 40원→100원, 맥주는 50원→13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89%의 수거율을 선진국 수준인 90%~ 95%선까지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자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소주제조회사는 제품가격을 50원 정도 올렸다.

정부와 소주회사의 셈법, 서민 등치는 소주 세금

정부와 당국은 직접세는 손도 대지 못하면서 어찌된 일인지 간접세를 대폭 늘리고 있다.

실제 소주 원가는 200원 대이다. 세금부과 전 500원 소주 + 주세 360원(출고가72%) + 교육세 108원(주세 360원의 30%) +부가세96.8원(968원의 10%)= 1064원8전이 된다.

과자를 샀더니 덤으로 질소 한봉지가 따라왔다는 우스개 말처럼 소주 한 병 사면 56% 인 564원8전이 세금이라는 얘기다.

소주는 에탄올(주정)+ 물 + 기타 첨가물로 만들어졌다.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에탄올)에도 주세가 붙는다. 여기에 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까지 합하면 실제 우리가 마시는 소주 자체 원가는 200원 언저리다.

납세자 연맹에 따르면 정부가 희석식 소주판매로 2013년 거둬들인 세수는 1조6538억원이라고 한다. 업계는 올해 소주값 인상으로 920억원가량의 세금이 더 걷혀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소주회사는 3개월에 한번 씩 소주를 팔고 거둬들인 세금을 국세청에 낸다. 하이트진로의 시장점유율 50%선을 감안하면 1년에 9000억원의 세금을 세 달에 한 번씩(약 2250억원 정도) 국세청에 신고하게 된다. 금리를 2%로 잡고 계산해도 연간 180억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소주업계 전체로 보면 360억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세금을 대신 걷어 주는 소주회사는 앉은자리에서 짭잘한 부수입이 발생하게 된다. 납세자 연맹에 따르면 2013년 소주,맥주를 포함한 전체 주세는 4조6354억원이다.

정부는 세수가 늘어나고 업체는 매출과 그에 따른 낙전 수입이 늘게 됐다.

건물주와 가게주인의 셈범

3년 전에도 소주의 출고 값이 오르자 음식점 가격은 1000원 정도 올랐다.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주값 50원 인상이 국민들에게 얼마의 부담으로 돌아올 지 계산을 해봤다. 한 해 국민 1인당 60병 소비 x 5000만명 x 식당 소주값 1000원 인상시 = 3조원이 나온다. 소주의 소비 절반가량이 음식점에서 판매된다고 보면 1조5000억원이 부담할 돈이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상가 임대료는 광화문,동대문, 명동 등지는 1㎡당 평균 10만5800원(1평당 34만9140원)으로 가장 비싸다. 강남지역 권리금은 평균 9875만원이다.

권리금(前 가게 주인이 가게브랜드 권리 등으로 받는 돈)을 회수하는데 2.7년이 걸린다고 한다. 신촌 4년, 도심 2.5년, 강남 1.8년이었다. 쉽게 얘기해 20평짜리 음식점을 강남에서 차리면 월세는 690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인테리어비 적게는 1억~4억원, 권리금 9875만원을 내야 식당 하나 운영할 수 있다. 물론 종업원 월급은 별도다.

베트남산 원두커피 1kg의 수입가격이 2600원대다. 이걸로 100잔 미만의 아메리카노를 뽑는다. 그렇지만 커피 한 잔에 3000원 하는 게 보통이다. 커피 한 잔 팔면 임대료, 재료비,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보통 35%가 남는다고 한다. 많이 남을 거 같지만 100만~200만원 정도 손에 쥐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커피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원재료값이 아닌 임대료와 권리금이다.

미국의 인구밀도는 1㎢당 34명, 대한민국은 503명이다. 서울은 1만6695명이다. 아무리 불경기라고 하지만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임대료는 비쌀 수밖에 없다.

음식점과 커피가게는 취급하는 종류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결국 음식점 사장님은 소주가격을 단돈 1000원이라도 올리게 된다.

불경기로 기업마다 감원바람이 불고 있다. 다니던 직장에서 나온 50대 세대가 딱히 할 만한 일이 없다. 다들 먹고 살겠다고 음식점, 커피가게, 통닭집, 선술집을 하게 된다.

정치권과 관련단체에서는 소주값 인상을 막아야 한다고 일제히 나서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세심하게 봐야 할 것은 소주가격보다 임대료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장사가 잘 되는 지역의 권리금은 5~6배를 호가한다. 강남지역의 권리금 9875만원으로 계산해 보면 5억~6억원을 前 가게 사장에게 줘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가게주인은 권리금을 갚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원가를 줄이던지 아니면 가격을 올려야 한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 가운데는 이를테면 ‘재채기가 날때 코끝에 침을 바르면 낫는다’는 따위다. 소주가격은 출고가와 다르게 시장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 정부는 소주가격 50원을 누르는 것에 힘을 쏟기보다는 실물경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부터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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