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포용국가로 가는 길

  • 등록 2018-09-18 오전 6:30:00

    수정 2018-09-18 오전 6:30:00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보건복지부 상담센터 129에 도움을 청하는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월세가 밀려서 살던 집에서 나와 여관방을 전전하고 있는데 아내가 출산이 임박해 걱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상담센터에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이 사연을 알렸고 바로 ‘복지전담팀’이 찾아가서 상담했다. 이후 동주민센터 공무원과 지역병원,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 부동산중개인 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들은 무사히 아기를 출산했고 현재 새로운 주거지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이 부부는 “복지혜택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만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아직 젊고 몸도 멀쩡한데 도움을 청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가족의 사망, 실직, 휴·폐업, 질병 등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 처했지만 본인은 지원받을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안타까운 사정을 해소하고자 지난 7월 23일 ‘복지 위기가구 발굴 대책’을 발표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확충, 위기가구 발굴시스템 개선, 긴급지원 확대와 더불어 지역사회 중심의 민·관 협업체계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이 위기가구 발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2022년까지 ‘명예 사회복지공무원’ 35만명을 위촉할 계획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기·가스 검침원과 부동산, 슈퍼·편의점 등 지역 소상공인이 직접 참여해 ‘안녕살피미, 복지천리안, 희망지킴이, 복지파수꾼’ 등 다양한 이름의 복지 위기가구 발굴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나눔 캠페인 등을 열어 이웃 간 모임의 장을 만들고, 인터넷,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모범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등 지역 내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본인이나, 위기가구를 발견한 주민이 보다 편리하게 관련 서비스를 신청하고 알릴 수 있도록 보건복지상담센터 ‘129’를 24시간 운영하고, ‘복지로(www.bokjiro.go.kr) 도움요청’ 기능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복지제도를 확대·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공공 사회복지지출은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프랑스(31.5%), 미국(19.3%)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아동수당을 도입했고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을 최대 25만원까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10월부터는 기초생활보장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생계급여도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포함된 경우에는 2019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등 취약계층의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앞에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복지 위기가구를 발굴·지원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 복지안전망을 튼튼하게 만들어가는 작업도 병행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숨겨져 있는 복지 위기가구를 발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주변의 위기가구를 함께 찾고 다 같이 돕는다면 소외받는 이웃이 없는 따뜻한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성이 모아져 ‘모두를 위한 나라, 나를 안아주는 포용국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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