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디엠에스, '자존심'으로 일군 장비기업…"이젠 글로벌이 내 안방"

박용석 디엠에스 대표, 한국 디스플레이 1세대 엔지니어 출신
1999년 창업 후 세정장비 등 글로벌 1위, 작년 매출액 2489억
2014년 생산기지 中이전 결정, 현재 中생산 비중 90% 육박
  • 등록 2017-10-24 오전 6:07:00

    수정 2017-10-24 오전 6:07:00

박용석 디엠에스 대표 (제공=디엠에스)
[용인(경기)=이데일리 강경래 기자]“산에는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더 좋은 등산로를 무한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남들이 이미 지나간 길이 아닌 우리만의 차별화된 길을 만들다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간 정상에 도달하게 됩니다.”

23일 경기 용인 디엠에스(DMS(068790))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박용석 대표는 ‘중국시장 공략’에 온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매달 마지막 주를 중국 현지에서 보낸다. 웨이하이에 있는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임원회의 역시 매달 웨이하이 사업장에서 진행된다. 현재 디엠에스가 생산하는 디스플레이장비 중 중국 비중은 90%에 달한다. 국내 경기 화성 사업장에서는 핵심모듈 등 장비에 쓰이는 일부 부품만 생산한다. 이렇듯 박 대표가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현지 공략에 사활을 걸게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1세대 엔지니어 ‘자존심’

박 대표는 1984년 LG에 입사한 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을 거치며 ‘디스플레이’라는 한 우물만 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1세대 엔지니어다. 그와 함께 수십년간 밤낮·주말도 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한 엔지니어들의 땀과 눈물은 현재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회사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그가 일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소홀했던 한가지가 있었다. 가족을 돌보는 일이었다. 그는 1998년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나와 그동안 부족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박 대표에게 그가 보유한 기술력과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던 LG 출신 동료들이 수차례 찾아와 창업을 독려했다. 이렇게 1999년 창업한 디엠에스는 설립 초기부터 업계 큰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와 LG 출신 연구진은 이듬해인 2000년 업계 최초로 자외선을 이용해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위 유기물을 제거하는 자외선 세정장비(클리너)를 개발했다. 이어 기존 해외 업체들이 생산했던 세정장비와 비교해 크기를 30% 수준으로 줄인 고집적세정장비(HDC)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박 대표는 고집스럽다. 세정장비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원들에게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장비기업들이 이미 구현한 기술을 절대 모방하지 말라고 주문하곤 한다. 그는 창업 초기에 한 직원이 “해외 모 장비기업도 이런 방식으로 합니다”라고 말하자 “남의 것을 모방하려면 아예 하지 말라”고 꾸짖기도 했다.

박 대표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일화는 또 있다. 창업 초기 대만 한 LCD 업체에 영업을 하러 갔을 때 일이다. “이 업체가 우리 외에 다른 장비기업 관계자들도 동시에 불러 번갈아 면담을 했다. 이후 수차례 경쟁사들이 제안한 장비 가격과 비교하며 ‘더 깎아 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당신네 회사에 장비 절대 안 판다’고 소리친 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이 회사로부터 2년 간 출입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결국 기술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 회사 기술력을 인정한 LG디스플레이가 2001년 이후 세정장비 등 제품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 이후 중국 비오이(BOE)와 센추리, 대만 AUO 등 해외 업체들과도 활발히 거래하면서 실적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세정장비는 어느 새 일본 등 쟁쟁한 해외 경쟁사들을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디엠에스는 코스닥에 상장한 2004년 당해 매출 1708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000억원대 실적을 올리며 주성엔지니어링(036930)과 함께 국내 장비 업계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주목받았다. 박 대표는 세정장비에 이어 박리장비(스트리퍼)와 현상장비(디벨로퍼), 식각장비(에처), 감광액 도포장비(코터) 등 디스플레이장비 제품군을 꾸준히 늘려갔다. 2008년에는 매출액이 2794억원에 달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사상 최대 실적으로 남아 있다. 창업 10년 만인 2009년에는 누적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3년간 적자, 중국 공략하며 극적 ‘부활’

승승장구하던 디엠에스에도 암초가 드리워졌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황이 부진을 겪으면서 디엠에스는 2012년 순손실 437억원 등 2014년까지 3년 간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부채비율은 2014년 말 217%에 달했다. 차입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던 박 대표는 눈앞에 닥친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미래를 포기하는 ‘고육지책’을 선택했다. 디엠에스플렉스와 오이티, 선익시스템, 씨엔전자, 포인트엔지니어링, 디에이테크놀로지, EDA솔라, 관촌에너지 등 수많은 계열사와 관계자들의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 차입금을 줄여나간 것. 이들 업체는 모두 디스플레이장비 외에 신사업을 위해 만들거나 투자했던 업체들이었다.

그는 또 하나의 용단을 내려야만 했다. 국내 장비 생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중국 웨이하이 사업장을 적극 활용키로 한 것. 그는 “디스플레이장비에 쓰이는 부품을 단순 가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6년 중국 웨이하이에 사업장을 만들었다”며 “제품 원가경쟁력을 강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곳에서 디스플레이 장비 완제품까지 생산키로 하고 추가 증설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지시로 디엠에스는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 100억원 이상을 들여 웨이하이 사업장 증설을 단행했다. 웨이하이 사업장에서의 디스플레이장비 생산비중은 2015년 50% 수준에서 지난해 80%까지 올라갔다. 올해 들어서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디엠에스는 2015년 디스플레이 업황 회복과 함께 매출액 1809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을 올리며 무려 4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국 현지 생산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이었다. 지난해엔 매출액 2489억원, 영업이익 334억원을 올렸으며, 부채비율도 105%로 낮아지면서 사실상 경영난에서 벗어났다. 올해도 10% 정도 매출액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는 10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화투자증권은 디엠에스가 내년에 매출액 36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표는 디스플레이장비에서의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엠에스는 이미 전남 영광에 풍력발전소인 ‘호남풍력발전’을 구축하고 2014년부터 연간 20메가와트(MW) 규모로 상업용 전력을 생산 중이다. 이어 경북 김천, 전남 보성 등에도 풍력발전소를 건설할 방침이다. 풍력 외에 태양광모듈 장비 등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내 수출 기업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기술 진입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중국 현지에 공장과 거점을 구축한 후 거래처에 발 빠른 근접지원을 가능케 하는 등 ‘메이드 인 차이나’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1958년 경북 경산 출생 △경북대 물리학 학사 및 반도체공학 석사 △LG전자 중앙연구소 △LG디스플레이 공정기술팀장 △디엠에스 대표이사(현)

박용석 디엠에스 대표 (제공=디엠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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