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기저귀와 이름이 같네…‘하기스’<32>

16세기 이전부터 영국인이 사랑해온 하기스
양의 장기와 곡물을 버무려서 삶아 조리
독특한 부속물 잡내 민감하면 거리있지만
한국 순대와 비슷해서 되레 애호가 사이 인기
  • 등록 2021-03-27 오전 10:00:00

    수정 2021-03-27 오전 10: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영국인이 즐기는 하기스(haggis)는 양고기와 부속 장기로 만든다. 심장, 간, 폐, 혀 따위를 삶아서 다지고 양파와 오트밀을 버무리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한다.

유튜버 ‘Scott Rea’ 채널에서 다룬 영상에서 조리를 완성한 하기스.(사진=채널 캡쳐)
이걸 양의 위에 채워 넣어 양쪽 끝을 실로 묶고서 삶아 조리한다. 소의 창자를 빌리기도 하는데 이런 전통방식을 따르기 어렵거나 대량 생산하려면 식용할 수 인조 외피에 넣어 삶기도 한다.

삶는 게 포인트다. 끓는 물에 삶는 게 아니라 섭씨 80도께 물에서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을 천천히 삶는다. 세고 짧게 조리하는 게 아니라 수비드(sous vide) 방식처럼 덜 세고 느리게 익힌다. 다 삶은 해기스는 얼음물에 넣어서 식힌다. 이 과정을 거쳐야 잡내를 다소 잡을 수 있고, 속에서 풍미가 살아난다. 내용물은 푸딩에 가까울 정도로 부드럽다.

하루 이틀 먹은 음식이 아니다. 스코틀랜드에서 18세기부터 즐겨 먹은 기록이 있고, 1615년 영국에서 출판한 요리책 더 잉글리시 허스와이프(The English Huswife)에도 하기스와 비슷한 요리가 등장한다. 구전으로는 이 이전으로까지 기원이 올라간다.

현지인들은 주식으로 즐긴다. 당근과 순무를 갈아서 삶은 음식과 감자를 곁들여서 같이 먹는다고 한다. 스카치 위스키와 함께 안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약간은 텁텁한 맛의 하기스가 독주를 잡아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스코틀랜드 대표 시인 로버트 번즈는 하기스를 찬양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번즈의 생일이 돌아오는 매해 1월25일에 하기스와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는 전통이 있다.

장기와 부속고기를 써서 잡내를 아예 잡기는 어렵다. 냄새에 민감한 이들은 하기스에 거리를 느끼지만, 한국 순대에 익숙한 이들은 하기스를 되레 찾기도 한다.

실제로 조리 방식의 우리네 순대와 비슷해서 혹자는 영국판 순대라고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하기스를 아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순대를 접하고서는 `코리안 하기스`(Korean haggis)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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