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UHD 본방송, 무료 보편 서비스 쉽지 않아"

국내 UHDTV 카페 운영자 이군배 씨 대담
지상파 수신환경, 단말기 등 '난제'..지상파UHD 무료 '힘들어'
  • 등록 2017-05-03 오전 9:58:29

    수정 2017-05-03 오전 9:58:29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오는 5월31일 수도권 지역 지상파 UHD(초고화질) 본방송이 시작한다. 안테나로 TV 신호를 수신해 보는 지상파 방송으로는 세계최초다. 지상파 4사(KBS, MBC, SBS, EBS)는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한류 콘텐츠 중흥과 국내 UHD 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 본방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지상파UHD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우려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본래 지상파 방송의 취지가 UHD 방송 진행 과정에서 퇴색됐다는 의견마저 개진됐다.

가장 큰 우려는 TV를 사 놓고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이다. 국내 UHD 소비자 커뮤니티중 하나인 ‘UHDTV유저포럼’의 운영자 이군배 AV연구소 소장은 결국은 지상파UHD도 유료방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난시청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자들은 케이블TV나 IPTV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무료보편적 서비스로서의 UHD방송에 대한 취지가 자칫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 있다.

다음은 이군배 AV연구소 소장과의 대담이다. UHD와 관련돼 전문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전문으로 담았다. 이 소장은 4월 25일 기사 <‘본방송’ 한 달 앞둔 지상파UHD..시장은 ‘무관심’>을 본 후 이데일리에 연락해왔다. 민간 전문가로서 지상파UHD에 대한 제언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UHDTV유저포럼 카페 화면 캡처


-자기소개를 해달라.


“17년째 다음 카페 오디오·비디오(AV) 동호회 모임을 하고 있다. 즐기면서 정보를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취미활동이다. 오디오비디오에 대해서 즐기면서 정보를 공유해왔다.”

-UHD에 관심을 갖게 된 것?

“HD 때부터 관심 있었다. UHD로 변화가 된다니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넘어왔다. 정보 공유는 2014년도부터 했다. 2013년도 UHD TV가 나왔을 때 당시에도 TV 구입해 봤다. 2014년 4월 케이블에서 UHD 방송을 시작했고 IPTV에서 UHD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 UHD 관련 기사(‘본방송’ 한 달 앞둔 지상파UHD..시장은 ‘무관심’)를 보고 연락을 줬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싶었던 이유는?

“UHD 방송에 대한 이슈화가 거의 안됐다. 아직 본격적으로 실시되지 않았지만 일선 언론사들이 잘 표현 못한다. 기사화를 못 시키는 게 있는 것 같다. 문제가 심각하다.”

-어떤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인지.

“TV를 사도 볼 수 없다는 문제다. 지금 (정부와 지상파 방송사가 하는) UHD 방송의 취지는 무료 보편적 방송이다. 이 무료보편적 방송으로 하는 UHD를 정작 시청자가 못본다는 것이다. 안테나를 달아서 봐야하는데, 지상파를 보는 가구 비율(직수율)이 5.3%다. 이중 4% 이상이 공청방송이다. 아파트에서 공동으로 수신해 보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공청안테나의 변조 방식이 HD 방송밖에 안돼 있다. 공청망 920만가구는 사실상 지상파UHD를 못보는 셈이다. 그나마 개별 안테나로 UHD를 볼 수 있는 가구 비율은 1% 미만밖에 안된다.”

-TV에 안테나를 내장하는 안도 있지 않나.

“전세계적으로 TV에 안테나를 내장하는 곳이 없다. 유료방송으로 다들 보니까 그렇다. TV에 대한 비용만 올라간다. 안테나를 단 회원들 집 100여군데를 둘러봤다. 1개 채널은 나오지만 5개 채널이 모두 다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현재 전파 수신 기준이 KBS만 돼 있다. SBS나 MBC는 기준에 포함 안돼 있다. 수신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 UHD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수신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송신소를 늘려야 한다.”

“지상파 송신소는 서울 같은 경우에는 남산, 관악산, 용문산 밖에 없다. 이 3군데에서 서울 경기를 커버 해야한다. 그런데 건물에, 산에 막힌다. 5개 채널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안테나를 달 이유가 없다.”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보면 되지 않나. HD는 무료보편적 서비스로, UHD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방통위에서 밝힌 게 지상파 UHD는 재전송이 안된다는 점이다. 의무재전송이 아니다. 지상파도 유료방송사에 재전송해줄 마음도 없다. 또 하나의 문제가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간 방송 규격이 다르다.”

-규격이 다르다? 어떤 뜻인가?

“지상파 방송 프로토콜은 IP로 가고 있다. 예전에는 TP라는 프로토콜을 썼는데 바꿨다. 유료방송사들은 전부 TP를 쓰고 있다. 규격도 다르고 재전송도 안된다. 지상파UHD는 오직 안테나로만 봐야한다.”

“사실 안테나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가져다 놓으면 수신은 된다. UHD가 수신율이 HD 때보다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UHD 안테나 수신율이 향상됐다는 얘기는 들었다. 왜 좋아지는지?

“지상파 HD방송은 전송 용량이 20Mbps(초당 20MB 전송 속도)였다. 그런데 UHD는 18Mbps다. HD보다 2Mbps가 떨어졌다. HD 때는 송출 출력이 보통 500W(와트)에서 많으면 2KW(킬로와트)로 송출했다. UHD 방송은 3KW에서 5KW까지 송출 출력을 높였다. 그러다보니까 수신율은 HD때보다는 높다. 안테나만 달면 어지간한 지역에서 나오긴 한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라는 점이다. 30% 정도 수신율이 개선되긴 할 것이다. 그래도 시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집에다가 안테나 놓는 것에 거추장스럽게 여긴다.”

“또 다른 문제는 (지상파UHD 직접 수신을 위해서는) 삼성·LG TV만 사야한다는 점이다. 지상파 것은 삼성LG 외에는 만들 수 없다. 왜 못만드냐. 지상파 방송에서 UHD 규격이 전부다 프로그램화돼 있다. 그런 프로그램을 다 집어넣어야 하는데, 중소 TV제조사에서는 소수 인원이 하고 있다. 그런 능력이 안된다. 지금 중소 업체에서 나오는 65인치 UHD TV 가격은 65만원 정도다. 이 TV에는 HD 수신기만 넣었다. 반면 삼성·LG 것은 아무리 싸도 200만원이다. 비싼 것은 800만원 900만원까지 간다. 무려 3배에서 15배 이상 비싸다는 것. 그런 TV를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무료보편적 방송의 취지에서 어긋난다. 돈 있는 사람들만 보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 팔린 TV(유럽식)에 대한 과제도 있다. 지상파UHD를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유럽식 UHD TV로 보급된 게 삼성·LG 것만 100만대가 넘는다. 허나 지상파UHD에는 무용지물이다. (지상파UHD를 유럽식 UHD TV에서도 볼 수 있게 하는) 변환기를 삼성·LG에서 보급한다고 하는데, 그 변환기도 삼성·LG TV에서만 쓸 수 있다. 언제 나올지 구체적인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것을 7만원씩 소비자 부담으로 하라는 것도 문제다. 방송사가 선택해서 정부가 승인해 팔았으면, 정부와 제조사, 방송사의 책임이지, 왜 소비자들한테 7만원씩 전가시키는가. 그걸 다 공급을 해줘야 하지 않나. TV를 비싸게 삼성·LG 것만 사야하는 현실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지상파UHD인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떤 게 있는가 하면. ‘푹(pooq)’이란 게 있다. 삼성·LG TV에 푹이 기본 깔려 있다. 그것을 쓰면 볼 수 있는데, 이것 유료다. 유료방송으로 못보고 안테나로도 못보는 상황에서 푹으로 보는 것은 유료다. 한 달에 7000원 8000원씩 내고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지상파가 유료방송이 되는 것이다.”

-망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 같은데.

“그런 부담 때문에 18Mbps로 낮춘 것. 그런데 일본이 35Mbps로 맞췄다. IPTV나 이런데서는 32Mbps다. 이걸로 IPTV에서 UHD 방송하는데 큰 이상이 없다. 18Mbps는 망 트래픽 부담이 덜하게 방송을 할 수 있다.”

-일본은 지상파에서 HD를 하고 위성에서 UHD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 상황과는 어떻게 다른가.

“일본은 HD, 4K UHD, 8K UHD를 같이 간다. 신규 채널로 해서 다르게 간다. 우리는 2027년은 HD를 중단해야 하는데, 거기(일본)은 방송사가 할 때 까지 한다. 자율로 보장한 것. 그런데 우리는 법적으로 전환하게 된 것. 지상파는 사실상 258MHz 주파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주파수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300MHz 주파수 폭을 쓰면서 주파수 사용료를 낸다. 지상파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고 하는 게 이런 부분이다. 주파수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 범용적으로 해야하는데. 바로 그 부분에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가져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 유료방송사가 되겠다고 해달라고 하면서 주파수는 무료로 쓰고 있고. 혜택은 다 받고 시청자들한테는 부담을 전가한다는 시선을 우리는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부나 방통위가 뚜렷하게 입장 표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식 UHD 방식은 이동기기를 통해서도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미국식 방식을 도입하려고 했다.

“스마트폰 갖고도 HD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데 문제는 그걸 수신할 수 있는 수상기, 스마트폰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ATSC 3.0(미국식)을 내장한 스마트폰을 내겠다고 하는 회사가 한 군데도 없다. 나올 예정도 없다. 결국은 모바일 이동HD 방식은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그걸 왜 하냐. 이동HD방식을 하면서 2개 채널을 할 수 있다. 결국은 UHD 방송에서 다채널(MMS)방식이 되는 것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결국은 이동HD 방식이 MMS로 바뀌는 것이다. 이동HD나 부가 서비스를 하면서 지상파UHD 전송 용량은 결국 18Mbps 정도로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삼성이나 LG에서 만든 화질 좋은 TV의 본 성능을 다 구현할 수가 없다. 비싼 돈 주고 사서 제대로 못 쓰는 격. 적어도 35Mbps는 돼야 한다.”

-결국은 유료방송에 가입해서 지상파UHD의 재전송을 기다려야 하는 수 밖에 없게 되는 격 아닌가.

“그렇다. 보는 이들이 적으면 분명 미래부나 방통위에서 대안이 나올 것. 재전송해라. 재전송하려고 해도 문제가 되는 게 있다. 현재 지상파가 유료방송에 재전송하면서 한 채널, 시청자 한 명당 400원에서 500원 받는다. KBS1을 빼면 3개 방송사에 한 시청자가 1500원 가량 내는 꼴. 유료방송에서 지불해야하니까 누군가가 전가를 해야한다. 지상파가 결국은 무료가 아닌 것. 재전송을 하더라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되는 것이고. HD 따로 내고 UHD용 따로 낸다면. 나중에 협상이 되겠지만, 재전송 문제까지 포함하면 결국은 모든 비용 부담은 시청자들이 가져간다.”

-지상파UHD를 시작하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그간 유지해왔던 ‘무료보편적 서비스’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모르게 포기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렇다. 방송은 무선 전파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거의 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UHD 방송은 결국은 유료화돼 간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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