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논란]②ICD 등재시 한국도 수순..제2의 신의진法?

ICD-11 게임장애 등재 시 2025년 이후 반영될 듯
정확한 통계 나와…제2의 신의진·손인춘법 발의될까
게임업계 “셧다운제 이후 가장 큰 이미지 타격”
  • 등록 2018-03-28 오전 6:05:00

    수정 2018-03-28 오전 7:52: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할 경우 국내 보건당국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 확실시 된다. 업계에서는 게임을 마약·알코올·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엮으려 했던 ‘신의진법’이 다시 발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ICD-11 게임장애 등재 시 한국도 피할 길 없어

WHO가 오는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71회 세계보건총회(WHA)에서 게임장애를 ICD(국제질병표준분류)-11에 등재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ICD가 대대적으로 변경된 것은 ICD-10이 확정된 1990년 이후 28년 만이다.

한국은 통계청 주도로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만드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은 ICD다. KCD는 5년에 한 번씩 개정되며 현재는 2015년에 발표된 7차 개정판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2020년부터 사용할 8차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KCD는 개정준비에만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ICD에 게임장애가 등재된다고 해도 8차 개정판에 포함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게임장애가 포함된 KCD는 빨라야 9차 개정판이 나올 2025년부터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게임장애가 ICD에 질병으로 올라갈 경우 시기와 관계없이 국내에서도 질병 등재가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ICD에 등재된 질병 중 KCD에 등록되지 않은 질병은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ICD에 등록된 질병이 KCD에 등재되지 않은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며 “KCD는 화병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한국인 특유의 질병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ICD보다 질병 코드가 더 많다”고 말했다.

ICD-11 초안에 게시된 게임장애에 대한 설명. 질병코드번호는 6C51이다. (사진 = WHO 홈페이지 캡처)
게임중독 정확한 통계 나와…제2의 신의진법 발의되나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가장 표면적인 변화는 정확한 통계를 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게임장애로 인해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과몰입 또는 ‘인터넷 이용에 관련된 문제’ 등으로 치료를 받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또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도 가능해진다.

조경환 고려대 의대 교수는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치료를 받기가 수월해질 뿐 아니라 의료수가 등이 정리되면 훨씬 정교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질병등재로 인해 게임질병 관련 데이터가 축적될 경우 제2의 ‘신의진법’과 ‘손인춘법’이 발의될 가능성도 높다.

나영이 주치의로 이름을 알린 정신과의사 출신 신의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같은 ‘중독 유발물질’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또 같은 해 손인춘 전 의원은 게임사 매출 1%를 강제로 징수해 게임중독 및 예방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모두 본회의에도 오르지 못하고 폐기됐다.

업계는 WHO의 만든 게임장애 판단 기준이 너무나 모호해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 크다고 우려한다. 평범한 게임 이용자조차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게임장애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WHO는 게임장애에 대해 강도·시간·빈도를 통제하지 못하고 모든 활동보다 게임을 최우선하며, 개인·가족·사회·직업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현상이 12개월 이상 반복되는 증상으로 정의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의진법과 손인춘법은 근거가 약해 폐지됐지만 질병등재를 계기로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면 다시 유사한 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게임장애 판단 기준이 매우 모호해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게임업계 “셧다운제 이후 가장 큰 이미지 타격”


질병등재로 인한 게임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이미지 타격이다. 2011년부터 시행된 셧다운제(새벽시간 청소년 인터넷게임 차단)로 인해 한 차례 타격을 입은 게임업계로서는 ‘질병’으로까지 등재될 경우 더욱 이미지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질병등재는 문화콘텐츠인 게임을 두렵고, 해를 끼치는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줘 더욱 안 좋은 이미지로 만들 것”며 “특히 게임을 즐기지 않는 기성세대는 이를 통해 더욱 부정적인 인식만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질 경우 수출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수출액은 37억7000만 달러(약 4조400억원)로 콘텐츠 중 1위를 차지했다. 5억 달러 수준인 K팝(음악)과 비교해 5배 이상 높다.

게임업계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앞세워 국제적 대응을 시작했다. 협회는 미국게임산업협회(ESA) 등 전 세계 게임단체들과 WHO의 질병등재에 반대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 ESA 관계자를 직접 만난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게임학회는 WHO에 질병등재에 반대하는 내용의 공식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위정현 학회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게임의 질병등재에 중단하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다음 달 중 정리해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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