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학가 전세난에 빌라보다 비싼 2억짜리 원룸 등장

신촌·홍대·외대 앞 전세원룸 품귀에 호가 3000만~7000만원 ‘쑥’
일부 부동산 물건 없는데도 전세 전단 붙이기도
19㎡ 보증금 1000만원·월세 50만~60만원
둘이 뭉쳐보지만 임대료 부담 줄지 않아 ‘한숨만’
“웰세 지속..대학생 임대주택 확대해야”
  • 등록 2016-02-27 오전 9:10:00

    수정 2016-02-27 오전 10:33:52

△최근 대학가에서 원룸 전세 품귀 현상이 짙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2억원까지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원룸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전세 있습니다. 그런데 호가가 2억원까지 치솟았네요. 원룸치곤 좀 비싸긴 하죠.”(서울 마포구 합정동 S공인 관계자)

서울 대학가에서 원룸 전세가 종적을 감추면서 품귀현상을 보이자 보증금 2억원대 원룸들이 등장했다. 빌라와 맞먹는 가격의 원룸이 시중에 나온 것이다. 이는 대학가 원룸 전세난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월 임대 수익을 원하는 집주인들이 원룸을 월세로만 내놓고 있지만, 학생들은 임대료 부담이 없는 전세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월세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거래가 끊길 지경이다. 일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전세 원룸이 없는데도 ‘다량 보유’라는 전단지를 내걸어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이 점을 노린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놓되 거래 희망가격인 호가를 올리고 있다. 개강을 10여일 앞둔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동대문구에 있는 대학 인근 원룸촌을 찾았다.

원룸 전세 품귀에 호가 최대 7000만원↑..가격 싸도 낙후지역 외면

신촌과 합정동, 제기동, 상도동, 구의동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지역 전용면적 19~33㎡형(옛 6~10평) 기준 원룸 전세가격은 8000만~1억원대다. 하지만 지난달과 이달 들어 비슷한 면적과 유형의 주거용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등 임대 물량들이 1억 3000만~1억 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면서 호가가 상승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구의동 J부동산 관계자는 “올해 들어 1억원이 넘는 전세 원룸들이 바로바로 소진되자 집주인들이 일제히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하지만 일반 주택이 아닌 원룸이라 수요층이 뛴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홍익대 근처인 마포구 합정동 오피스텔 전용 25㎡형은 지난달 전세 1억 3000만원에 거래됐다. 건국대와 인접한 광진구 구의동 전용 43㎡ 다가구주택은 이달 초 1억 7000만원에 계약됐다. 실제로 해당 지역 원룸들 중 합정동 전용 26㎡형과 구의동 전용 43㎡이 현재 전세 2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특히 합정동 원룸 전셋값은 인근 전용 45㎡형 빌라(1억 6000만원)보다 비싸고 다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가격과도 맞먹는다. 홍익대와 연세대 근처인 상수동과 연남동, 서교동 등도 전용 19~42㎡형이 1억 7000만~1억 8000만원대의 전세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를 지나칠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긴 했지만 문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홍익대 재학 중인 박모(21)군은 “물어봤자 괜찮은 전세 원룸이 없을 것 같다”며 “학교와 좀 떨어져도 싸게 나온 원룸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성산동 전용 19㎡ 원룸은 전세 6500만원에 나와 있었다. 박군 같은 학생들의 문의가 늘자 상수동, 합정동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는 해당 동네가 아닌 마포구 내 싼 매물도 중개한다는 내용의 전단도 내걸었다.

이밖에 고려대와 한국외대, 경희대가 몰려 있는 동대문구 제기동, 이문동은 면적에 관계없이 5000만원에서 9000만원 사이의 전셋값을 유지하고 있었다. 중앙대와 숭실대가 있는 상도동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지역 전세 원룸은 홍대 앞이나 건대 인근보다는 비교적 싼 편이지만 대부분 오래된 건물인데다 신축은 거의 월세만 있어서 수요자들이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동대문구 회기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은 정모(49)씨는 “딸과 함께 네 시간 째 중개업소들을 돌고 있지만 전세는 없다”며 “간혹 전세가 나와 있어도 괜찮은 물건 고르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원룸은 태생 자체가 월 임대 수익형 상품이기 때문에 전세를 찾는 것은 천연기념물을 발견하는 것만큼 힘들다”며 “저렴한 전세 물건을 찾아도 대학가 주변은 낙후된 지역이 많아 학생들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원룸 전세 품귀 현상이 짙어지고 월세 물량만 나오면서 새 학기를 앞둔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소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원룸 매물 정보.


“둘이 뭉치자”..투룸 찾지만 월세부담 여전

그나마 있던 전세물량이 자취를 감추고 월세물량 공급만 늘면서 서울지역 원룸 및 주거형 오피스텔 전·월세전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피스텔 원룸 등 주택유형이 아닌 주거형 상품의 전·월세전환율은 작년 1분기 7.6%에서 2분기 7.3%, 3분기 7.0%, 4분기 6.5%로 조사됐다. 원룸은 아파트처럼 전세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신축은 거의 월세로만 나와 전·월세전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어쩔수 없이 월세로 살아야 하는 학생들은 친구나 선·후배, 형제 또는 자매끼리 뭉쳐 같이 살 곳을 찾고 있었다. 이들은 기본 원룸에서 방이 하나 딸린 투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제기동 원룸에 살았던 박모(22)양은 집주인이 작년 말부터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결국 지난달 언니와 함께 서초동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전용 28㎡형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0만원을 주고 들어갔다. 각자 월 50만원씩을 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동 일대 원룸들은 3.3㎡당 10만원의 월세를 형성하고 있다.

군 전역을 하고 올 봄 복학을 준비 중인 최모(23)군도 지난 20일 친구와 학교 인근 이문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들러 투룸을 알아봤지만 만만찮은 가격에 발길을 돌렸다. 40분이 넘도록 중개업자의 설명을 들었지만 월세 부담이 줄기 않았기 때문이다. 전용 28㎡형 투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었다. 최군은 “비싸다”라는 말만 남긴채 집으로 돌아갔다.

원룸 전세난은 상품의 특수성 때문에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또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은행권 저금리가 지속되다 보니 집주인들이 월세를 놓으려고 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도입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신청절차도 간소화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들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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